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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시점도 사건도 모호, 지금 ‘홈타운’에 필요한 것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9.24 19:27

[미디어스=이정희] 두 친구가 대화를 나눈다. 

A; 음... 너에게 할 말이 있어. B; 그래, 말해. 들어줄게.
A; .... 있잖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B; 무슨 말인데?
A; 그게 말이야... 들어줄 거지?

당신이 A의 친구라면 어떨까? 저쯤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을까? 아마도 이제 2회를 마친 tvN <홈타운>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심정이 B의 심정이 아닐까? 

유재명, 한예리, 엄태구, 거기에 2020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김새벽,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난 악역 최광일 등등 연기력으로 공인된 배우들 출연 소식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 22일 첫선을 보인 <홈타운>이다. 게다가 <비밀의 숲2>를 연출한 박현석 피디 작품이라니 오죽 기대가 컸겠는가. 

악령이 나타났다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1회, 집에 돌아온 여고생 이경진이 목욕탕에 물이 틀어진 것을 보고 질색한다. '그 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그런 딸의 반응에 엄마는 무심하다. 두려움에 떨며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간 경진. 그런데 신고를 받고 간 경찰이 발견한 건 잔인하게 칼에 찔려 살해된 채 욕조에 걸쳐진 엄마의 시신이다. 

이 장면을 보고 시청자들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줄곧 방영되었던 예고편은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는 1900년대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한 ‘수사물’과 같은 분위기였다. 실종된 여고생, 연쇄 살인 등의 단어가 나열된 예고편. 그런데 첫 회를 연 건 욕조 물속에서 튀어나온 '악령'이니 혼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홈타운>은 <손 the guest> 같은 악령 스릴러인가? 그런데 다시 드라마는 시대적 감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비 오는 사주시로 시선을 옮긴다. 기동수사대가 처음 만들어진 시절, 15년 경력의 고참 최형인(유재명 분) 형사와 파트너가 된 젊은 이시정(조복래 분) 형사는 설렌다. 더구나 살인 사건 현장이 처음이다. 드라마는 그렇게 <살인의 추억>처럼 시대극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이경진 모친의 살인 사건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그런데 수사물이었던 드라마는 또 다른 사건을 통해 국면을 전환한다. 또 한 사람의 주인공, 조정현(한예리 분)은 중국집 주방에서 분주하다. 어머니, 조카와 함께 다시 돌아온 사주시. 가녀린 그녀는 손목에 보호대를 차고 불 앞에서 씨름 중이다. 찾아온 교회 사람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가족들. 그들 아니 그들의 가족인 오빠 조경호(엄태구 분)로 인해 이 가족은 사주 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죄인'이다. 

1987년,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조경호는 고향인 사주시 역에서 신경가스를 살포하여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가족들은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하려 한다. 

그런데 가족 중 조경호의 딸이자 정현이 사랑해마지 않는 조카 재영이 사라진다. 재영은 앞서 '악령'의 제물이 된 '흥인동 모녀'의 딸 경진과 같은 반이었다. 재영이 함께 어울리던 방송반 친구들은 경진이 다니던 이영덕 아카데미에서 파는 카세트테이프를 의심한다.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그 테이프는 최형인의 눈에도 의심스럽다. 그저 학습 의욕을 독려하는 목적인가 싶었는데 최형인이 볼륨을 높여 들어보니 이상한 주문 같은 소리가 잡힌다. 그를 의심해서 찾아갔는데 학원 원장인 이영덕이 폭주한다. 

의심스러운 사건은 연달아 발생한다. 정현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종교적 집단의 지도자 '구루'를 운운한 이상한 말을 친구들에게 전하다 스스로 분신한다. 분신한 친구를 찾은 정현은 그곳에서 조카 실종에 대한 암시를 듣고, 조카가 함께 사라진 배달원의 방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령 스릴러의 단골인 새의 깃털과 이상한 종교적 표식을 발견한다. 그 표식은 오랜만에 찾은 동창이 보여준 고등학교 시절 교지 사진에도 등장한다. 

이런 의문의 사건들과 함께 1987년 자수하여 오랜 시간 수감 중인 조경호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자신은 '거대한 실험'을 수행 중이라는 모호한 말과 함께. 인터뷰를 하는 건 조경호만이 아니다. 최형인 역시 부상을 입고, 부산 지방 검찰청 특수부 검사 앞에서 1999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모호한 시점, 사건들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무엇보다 <홈타운>을 보며 혼란스러운 건 이 드라마의 정체이다. 악령물인가 싶으면 수사물 같고, 수사물인가 싶으면 <구해줘>와 같은 사이비 종교물인가 싶다. 아니 그 모든 것이 혼재되어 등장하는데 그저 모호하다. 

그 모호함을 조장하는 건 시점이기도 하다. 조경호가 사주 역에서 신경가스를 살포한 건 1987년. 그리고 악령으로 인해 모녀가 살해되고 조경호의 딸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 건 1999년. 거기에 조경호가 인터뷰를 하고, 최형인이 조사를 받는 어떤 시점이 더해진다. 이 세 시점에 벌어진 일들이, 관련된 인물들과 함께 2회차 속에서 우후죽순 등장한다. 과거인가 싶으면 현재이고 현재인가 싶으면 과거이다. 

안개 속을 헤매듯하다 마지막회 쯤에 가서야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는 방식은 박현석 피디의 전작 <비밀의 숲>과 같은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불친절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드라마의 종착역에서 마주할 진실을 고대하며 어둠의 시간을 더듬어 가야 한다.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

그런데 이제 2회지만 <홈타운>을 보다 보면 벌써 지친다. 안타깝게도 목욕탕에 등장했던 악령도, 시대적 분위기를 흠씬 내는 수사물도, 그리고 모두가 수상해 보이는 사이비 종교도 시청자들에게 더는 신선한 것이 아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나열되고 출연진은 시청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느라 애쓴다. '혼돈'만이 이 드라마를 끌고 갈 유일한 장점인 양 말이다. 하지만 그 모호한 혼돈을 감내하며 길지도 않은 12부작을 따라갈 인내심이 벌써 고갈된 듯하다. 

<비밀의 숲>의 혼돈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모호함을 자기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인도한 황시목, 한여진, 서동재, 영은수와 같은 캐릭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회 시청자들을 다음 회로 인도할 손에 잡힐 듯한 사건들이 있었다. 속은 줄 알면서도 다시 다음 회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홈타운>의 모호한 숲을 인도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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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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