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TY홀딩스의 SBS 직접 지배를 승인하면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했다. TY홀딩스와 SBS 사측이 앞서 부과된 승인·재허가 조건을 불이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통위 결정으로 SBS 임명동의제 폐지 논란과 투자계획 부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언론노조 SBS본부)는 23일 성명을 내어 "최대주주와 사측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차례로 훼손해가며 사익만 채우려다 SBS의 공정성과 신뢰 하락, 비판을 자초했다. 그 결과가 오늘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BS본부는 "최대주주와 사측이 방통위 사전 승인과 재허가 때 부과된 조건만 제대로 지켰으면 무리 없이 끝날 심사였지만, 불이행하면서 소란만 키웠다"고 짚었다.

SBS 목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방통위는 SBS 최대주주 변경 사전승인 과정에서 TY홀딩스에 ▲소유·경영 분리 원칙 준수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제고 방안 마련 ▲SBS 미래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경영 계획 마련 등의 조건을 달았다. 특히 방통위는 경영 계획 수립 시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 합격 기준점수에 미달한 SBS에 거듭 TY홀딩스의 투자방안 마련,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협의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SBS 소유·경영분리의 상징이던 '사장 임명동의제'가 사측 요구로 폐지 수순을 밟는 상황에 이르렀다. SBS사측은 TY홀딩스 지배체제가 들어서자 사장 임명동의제 폐지, 노조추천 사외이사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측은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고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현재까지 사측과 15차례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 17일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사측은 무단협시 조합 활동을 방해하겠다는 엄포부터 놓고 있다"며 "반복적인 알림 글에 이어 급기야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에선 '무단협이 되면 근로시간 면제, 조합비 공제, 조합 사무실 등 조합 활동을 포함해 단체협약의 모든 내용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노골적으로 노조활동을 위협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0월 13일 SBS 노사는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 9항은 ‘위 합의문은 2017년도 방통위 재허가 심사위원회에 제출해 성실한 이행을 사회적으로 약속하고 보증한다’이다. 당시 윤석민 SBS 미디어홀딩스 부회장(현 태영그룹 회장)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SBS 최대주주 변경승인 과정에서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이 "TY홀딩스는 필요할 때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고 상황에 맞닥뜨리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왔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조건과 권고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해달라"고 방통위 사무처에 주문했다.

2017년 10월 13일 합의를 맺은 박정훈 SBS사장과 윤창현 언론노조SBS본부장 (사진=SBS노보)

이날 방통위가 TY홀딩스에 부과한 조건은 ▲지상파 소유 지주사로서 경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방송의 사적이용을 제한한 재허가 조건을 성실히 이행할 것 ▲콘텐츠 투자 펀드 지원 계획을 포함한 'SBS 미래발전계획' 세부실행 계획을 SBS 종사자 대표와 협의해 6개월 이내로 제출할 것(방통위 요청 시 진행상황 즉시 제출) ▲사전승인 당시 제출한 이행각서를 준수할 것 ▲SBS 공적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6개월 이내로 제출할 것 등이다.

이어 방통위는 권고사항으로 ▲소유·경영 분리를 골자로 하는 TY홀딩스-SBS 노사 합의서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 ▲SBS 이사회 구성 시 방송의 공적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송분야 전문인사를 선임하도록 노력할 것 ▲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 TY홀딩스 내 방송담당 이사와 미디어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 등을 적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최대주주와 사측은 '언론인',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이 있다면 방통위의 승인 조건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또 다시 조건을 무시하며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변화없는 태도를 보인다면, TY홀딩스는 SBS 최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