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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 소유·겸영 규제 '10조 원' 기준만 달랑?[토론회] 핵심은 대주주 감시장치…"문제의 핵심은 SBS인데 종편에서도 같은 문제 발생"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9.16 09:1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BS의 실질적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대기업 집단 지정이 유력한 상황에서 “민영방송 소유·겸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대기업은 방송사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는데, 이 규정이 2008년 만들어진 만큼 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소유·겸영 규제’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에 대한 면밀한 견제장치를 만들어 ‘방송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호반건설(KBC광주방송)·삼라마이더스그룹(UBC울산방송) 등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는 민영방송 대주주가 늘어나면서 소유·겸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으로 지정된 대주주들은 방송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해 자산규모를 줄여야 한다. 

SBS, 9개 민영방송 CI

이와 관련해 이영주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민영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10조 기준을 없앤다고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 열악한 지역방송사를 포기할 명분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영주 교수는 ‘10조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주주의 잦은 변경은 방송사 직원의 고용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또한 공적 책임을 장기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방통위는 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에 진입할 수 있는 대기업의 범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영주 교수는 ▲GDP 상승률에 따라 자산총액을 조정하는 안 ▲GDP 상승률에 따라 자산총액을 조정하고, 대기업 지분제한을 40%로 확대하는 안 ▲최대주주 자산규모 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안 등을 제안했다.

또한 이영주 교수는 민영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교수는 “경쟁력이 약한 지상파방송에 대해 강한 소유규제, 광고 규제, 편성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면서 “결국 콘텐츠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민간영역에서 혁신과 자율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민영방송이 시장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영방송은 주식회사이지만 많은 규제를 받는다”면서 “이런 문제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과거에는 민영방송이 전파를 사용하고 독점적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향해야 했지만, 현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가 가진 영향력은 의미가 없다”며 “이제 방송법 체계가 수평적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석철 SBS 전문위원은 태영건설의 대기업 집단 지정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조속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은 “올해 12월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자산규모를 평가하는데, TY홀딩스와 SBS 모두 주식회사라서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처분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당장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으면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SBS가 살아남기 위해선 돈을 빌려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10조’ 기준을 넘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석철 전문위원은 “‘10조’ 기준을 높이는 것이 대기업의 방송 진출 길을 열어준다는 비판에는 반대한다”며 “종사자들은 솔직히 주인(대주주)이 바뀌지 않길 바란다. SBS가 적자를 줄이고 투자를 받아 CJ ENM, JTBC와 경쟁하기 위해선 규제를 조절하고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문위원은 “소유·경영 분리라는 원칙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방송을 소유한 대주주에게 경영하지 말라고 하면 탈출의 여지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영 독립보다는 편성의 독립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학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영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문제는 '10조' 기준이 아니라 대주주 견제장치

‘10조’ 기준과는 별개로 방송사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008년 만들어진 ‘10조’ 기준의 조정 필요성은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소유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콘텐츠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진입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역사적 경험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SBS는 창사 이래 ‘소유·경영 분리’라는 노사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지만 계속 원점으로 돌아간다”면서 “이 주제가 무겁게 남아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지역 민영방송의 경우 대주주가 건설자본인 경우가 많다”며 “건설자본은 방송을 도구적으로 사용한다. 투자해 수익을 내기 위해 대주주가 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대 주주 심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이 대주주의 주된 사업영역이 아니거나, 방송을 통해 다른 사업의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면 적격성 심사를 통해 여러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문제는 대기업 자산총액 제한선”이라면서 “정부 당국이 대기업 소유규제를 하는 이유는 언론과 자본을 분리시키기 위해서다. 문제의 본질은 SBS인데, 기준을 완화해준다면 나중에 종합편성채널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실 기업의 자산규모는 큰 문제가 안 된다”면서 “자산규모가 9조인 기업도 방송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감시장치를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환 교수는 “방송사 대주주가 방송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려는 것을 명확히 막아야 한다”며 “사회적 감시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다면 자산규모 기준을 확대해줄 수 있다. 그런 것 없이 규제만 풀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SBS가 지상파의 영역에 남는 것이 아니라 유료방송으로 넘어가는 것도 고민해볼 수 있다”며 “연합뉴스TV나 KTV 등 공공채널이 지상파에 포함될 수 있다. 방송의 전체적 틀을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산업 시장 규모는 약 2배 성장했고, GDP규모는 1.57배 성장했다”며 “성장을 고려한다면 자산총액 기준을 완화해줄 순 있다. 다만 이 경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대주주가 방송 편성,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표이사 공동추천제, 임명동의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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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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