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검은색 물감에 흰색 물감을 타서 회색으로 만들고 있다”

박관천 전 경정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응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 전 경정은 국민의힘 측이 제보자 조성은 씨를 공격하는 것을 “대국민 기만 사기”라고 칭하면서 “핵심은 검찰이 개입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박 전 경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촉발제가 된 ‘정윤회 문건’ 작성자다.

2014년 ‘정윤회 문건’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청와대는 관련자 색출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건 유출 경로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고, 박관천 경정은 구속기소됐다. 또한 검찰은 박 경정이 유흥주점 업주에게 금괴를 받았다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 함께 조사를 받았던 최 모 경위는 사망했으며 관련 보도를 한 세계일보의 조한규 사장(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사실상 경질됐다. 결국 당시 ‘정윤회 문건’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총장 역시 고발사주 의혹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대신 제보자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조성은 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친밀한 관계라며 ‘국정원 개입설’을 들고나왔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를 ‘인터넷 매체’라며 비하하기도 했다.

박관천 전 경정은 15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적으로 검찰이 외부에 고발을 사주해 정치에 개입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총장은) 제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외제차를 탔는지 등 말초적인 것으로 프레임을 섞고 있다. 검은색인지 흰색인지 모르게, 검은색 물감에 흰색 물감을 타서 회색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관천 전 경정은 “이것은 대국민 기만 사기”라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나 검찰이 정확히 흰색, 검은색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건 회색’이라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으니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경정은 “현재는 국정 운영의 책임자를 뽑는 중차대한 시기”라면서 “검찰이 선거에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 검찰 권력은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이뤄지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발 사주 의혹 물타기에 언론도 한 역할을 했다. 박관천 전 경정은 “(조성은 씨에 대한 공격은)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라면서 “언론도 문제가 있고, 일부는 동조하고 있다. 자극적인 것을 보도해 재미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15일 <“짜잔, 예쁜가요?” 조성은, 월급도 못 줄 때 회사돈으로 벤츠 탔다> 기사에서 제보자 공격에 열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조 씨가 고급 수입차와 고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점, 조 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국세를 체납했다는 점 등 고발사주 의혹과 아무런 관련 없는 개인적인 일을 문제삼았다. 중앙일보, 서울신문, 머니투데이, 뉴스1, MBN, 이데일리 등 주요 언론사도 조성은 씨가 고급 수입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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