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여성부를 없애고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또한 재집권한 지 한 달 만에 150곳이 넘는 언론사가 문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타스통신 등 외신은 아프간 톨로뉴스를 인용해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언론사 최소 15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운영 중단의 주된 이유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탈레반이 부과한 여러 제재 등으로 전해졌다.

여성 시위 취재하다 탈레반에 폭행당한 아프간 기자들 (AP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간에서는 곳곳에서 언론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수도 카불에서 여성 인권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탈레반에 구금됐고, 기자들이 경찰서에서 채찍 등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다. 또 탈레반은 여성 언론인들이 국영 방송사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여성 탄압도 벌어지고 있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부를 폐지하고 권선징악부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선징악부는 1996년부터 2001년 탈레반 집권 시기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아프간 주민들을 탄압했던 종교경찰이 소속된 부서다.

종교경찰은 부르카나 히잡을 착용하지 않거나 남성 보호자 없이 혼자서 거리에 나온 여성에게 이슬람 율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여성을 향한 폭력이 용인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혜리 뉴스포터 에디터는 14일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탈레반 정권이 물러난 2001년부터 아프간의 여성 취업률과 문맹률이 크게 개선됐다.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여성 초등학생이 0명에서 250만명으로 증가됐고, 히잡 쓴 여성 앵커가 나왔으며 2004년 여성 최초 대통령 후보가 나올 뻔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에는 여성부가 있어 중동 안에 여성 인권이 되살아난다는 기사가 굉장히 많았다”며 “하지만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여성부를 해체하고 권선징악부가 들어왔다. 종교를 이유로 경찰들이 나서 벌을 주는 것인데 종교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 에디터는 “코란에는 칼을 들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탈레반은 칼 대신 총을 차고 있다”며 “종교를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고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시내에서 탈레반 정권에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성 정치 참여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단체는 아프간 재무부 앞 거리에서 "여성의 지지 없이는 어떤 정부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우리의 요구는 교육에 대한 권리ㄱ와 모든 분야에서 일할 권리"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카불 AP=연합뉴스)

탈레반 정권은 정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여성들도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12일 고등교육부 장관은 초·중·고교와 대학 등 모든 학교에서 여성들을 남성들과 분리해 교육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신 에디터는 “교실에는 남녀가 구분되고 여성은 히잡이나 니캅으로 몸을 가리고 있으며 여학생은 여선생한테 교육 받아야 된다는 지침도 있다”며 “겉으로 보면 여성한테 교육의 권리를 동등하게 주겠다고 했지만 이게 정말 여성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에디터는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게 아프간 정부의 입장”이라며 “UN에서 아프간에 1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전제조건이 붙었다. 탈레반이 여성에 대한 인권, 아이들에 대한 인권을 향상할 경우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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