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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북한 관련 기사 8만 건을 분석한 이유[이영광의 ‘언론을 묻다’] 강혜인 뉴스타파 기자
이영광 객원기자 | 승인 2021.09.14 08:51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떠돌았다. 건강이상설은 이후 살이 더해지며 식물인간이 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심지어 사망설까지 보도됐다. 하지만 5월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하며 이들 보도는 오보로 판명 났다. 이렇듯 한국 언론에서 북한 관련 보도가 오보로 확인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언론에서 북한 관련 취재가 어떻게 이뤄지길래 오보가 많은 걸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뉴스타파가 나섰다.

뉴스타파는 북한 관련 뉴스에서 어떤 ‘소스’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지, 북한 관련 오보의 진원지는 어디인지, 반대로 믿을 만한 소스는 어디인지 등을 22개 언론사 보도를 분석, 지난 7월 5일부터 9월 2일까지 <북한 뉴스 해부 - 누가 북한 뉴스를 만드는가?> 프로젝트 기사로 내보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0일 이 프로젝트를 이끈 강혜인 뉴스타파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내 22개 언론사의 북한 관련 기사 1년 치, 8만여 건을 전수 분석해 북한 뉴스 ‘소스’를 추적하는 <북한 뉴스 해부 - 누가 북한 뉴스를 만드는가?> 보도가 일단락됐는데, 소회는? 

“더 잘하고 싶었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시간을 꽤 많이 들여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는데 이걸 충분히 잘 활용했나란 생각도 들고요. 또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는 취재를 제가 꾸준히 해왔던 일은 아니어서 이번에 많이 배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뉴스타파 보도 캡쳐

배운 게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건가요?

“데이터 입력부터 분석하는 과정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거든요. 하나씩 경험을 쌓은 거죠. 예를 들어, 처음 세팅을 잘해놔야 나중에 손이 많이 안 간다는 것. 그런 실무적인 배움이 있었고, 또 북한 관련 기사를 하도 많이 봤기 때문에 북한 뉴스에 대한 이해도가 스스로 생긴 것 같습니다”

<북한 뉴스 해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북한 관련 뉴스가 신뢰도가 낮고 오보도 잦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됐었어요. 아시겠지만 대형 오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단편적으로 지적하고 또 언론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 공론장의 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흘러왔죠. 그래서 북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나 잘못된 정보, 때로는 대형 오보에 가까운 뉴스들이 반복해서 독자들에게 도달하는 상황이고, 이게 계속되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한반도의 안보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부작용도 있거든요. 

그래서 과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북한 관련 뉴스는 누가 만들어내고, 또 우리는 어디까지 뉴스를 믿을 수 있는 걸까란 의문을 갖고 거기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북한 관련 보도를 어떻게 보셨나요?

“기사를 보면 반복적으로 특정 인물이 언급돼요. 예를 들면 북한에 대해 굉장히 안 좋은 발언을 했던 사람이 또 몇 달 뒤에 신문 기사에 등장해 또 비슷한 말을 합니다. 꾸준히 보다 보면 그런 특정 인물들이 눈에 띄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기사에서도 다뤘지만, 특정 싱크탱크는 ‘무기나 핵시설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다’라고 한국 언론에 계속 똑같은 기관이 등장하는 걸 보고 ‘아 이런 사람들 혹은 기관들이 우리 공론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구나. 근데 이를 다 믿을 수가 있는 걸까’라는 시각으로 기사를 봤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북한 관련 뉴스는 크로스체크가 어렵잖아요. 이런 부분도 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더 이야기가 확대되는 거 같아요. 어떤 작은 이야기가 확인 안 되니까 일단 A라는 언론사에서 이 기사를 썼는데 크게 이야기가 발전되면서 커지고, 그러다 보면 더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김정은 사망설’ 같은 게 그런 거였거든요”

분석 대상 언론사는 국내 22개 언론사(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KBS SBS MBC TV조선 JTBC 채널A MBN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YTN 연합뉴스TV)로 했다고 밝히셨잖아요. 분석 대상을 선택한 기준은? 

“사실은 엄청 무모하게 했던 거예요. 처음에 선정할 때 독자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는 전부 분석해 보자고 쉽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10대 일간지 다음에 지상파와 종편 방송 그리고 또 통신사 3사까지 넣었고, 그다음에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까지 넣어서 22개가 된 거거든요”

한국언론, 美 극우인사를 '한반도 전문가'로 둔갑 (<뉴스타파> 8월 31일 자 보도)

첫 보도가 지난해 4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망설에 대한 거잖아요. 첫 보도로 선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북한 관련 뉴스 중 일반 독자들한테 많이 알려진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었잖아요. 처음에는 익명 소스에서 출발한 기사가 CNN이라는 외신으로 커지고, 또 외신이 보도하면서 바로 한국에서 급속도로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이후 그냥 건강이상설이 아니라 ‘이 사람이 식물인간이 됐다’나 심각하게는 ‘이 사람이 사망했다’라고 아주 자극적인 내용으로 퍼져나가는 기사의 메커니즘을 한번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처음 이슈로 그걸 다뤘던 거예요.”

아무래도 우리 언론은 미국 언론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나 봅니다?

“맞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김정은 건강이상설도 CNN에서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많이 받아쓰면서 커진 거였습니다. 

저희가 북한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인물별 출처, 언론별 출처, 그다음에 기관별 출처로 구분해서 분석했거든요. 언론별 출처는 저희가 기사 쓸 때 예를 들면 ‘어떤 언론에 따르면 어떻다’라는 식으로 기사가 쓰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떤 언론을 인용해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를 데이터로 만들었는데, 그걸 보면 확실히 외신 CNN, 워싱턴 포스트나 로이터 통신 등을 인용하는 경향이 있고 또 미국의 소리나 자유아시아방송 같은 경우도 언론이 인용하는 빈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외신을 인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저희가 인터뷰했던 전문가는 우리가 언론뿐만 아니라 평소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있는데 그게 기사를 쓰는 데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합니다.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기자들이 직접적으로 취재를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미국에서 ‘북한이 어떻게 했다’라는 식의 기사가 나오면 그걸 ‘아 그랬구나’라고 하고 따라가기 바쁜 거죠”

'곤도 다이스케'와 '한국 언론', 익명 소스의 공생자들 (<뉴스타파> 7월 8일 자 보도)

우리나라 북한 관련 보도는 익명의 취재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익명 취재원 인용해서 보도하는 비율이 북한 뉴스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저희가 북한 뉴스를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는데 ‘인물’ 소스를 분석해놓은 데이터가 있어요. 그건 기사 작성할 때 누구를 인용해서 기사를 쓰냐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데이터를 뽑아 빈도를 분석해 보면 1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어떤 발언을 하면 거의 모든 기사를 쓰기 때문에 건수가 워낙 많은 거죠. 근데 바로 다음 2위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익명 취재원’이었다는 건 그만큼 북한 관련 뉴스가 익명 소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거죠.”

미국의소리나 자유아시아방송은 심리전을 위한 도구일까요?

“과거엔 확실히 그랬었죠. 단파 라디오라는 게 아주 먼 원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라디오거든요. 냉전 시기에 미국이 이걸 사용해서 방송했었죠. 지금까지도 이 방송이 계속되고 있고, 이 두 언론사가 미국 국제방송처라는 기관 산하 방송이거든요. 

국제방송처에서는 ‘우리는 프로파간다 매체가 아니다. 우리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실제 방송되는 내용을 보면, 예를 들면 두 방송이 여러 언어로 방송을 하거든요. 중동 언어도 있고 한국어가 있는 거예요. 한국어가 왜 있냐면 대북방송하려고 있는 거거든요. 한국어 방송을 들어보면 북한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의 심리전을 위한 방송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죠.”

한국언론의 북한 기사 '참고서'...美 선전매체 (뉴스타파 보도 캡쳐)

고든 창 변호사 같은 미국 극우 인사의 발언을 한국 언론은 아무런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하는 것 같던데, 왜 그럴까요?

“아무래도 이 사람 발언이 워낙 선명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비판을 할 때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선명하게 말하면 기사화하기 훨씬 좋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인용 보도가 되는 거 같습니다. 

저희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인물이 굉장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발언을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면 작년 한국 총선 때 ‘반드시 보수정당이 승리해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시켜야 된다’라고 말했어요. 이런 건 한반도 전문가적인 전망이나 현상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정말 정치적인 발언이잖아요. 물론 그런 말을 할 순 있지만, 이런 인물의 발언이 전문가라는 이름을 달고 ‘공론장’에 등장하는 게 맞나란 의문이 있고요. 그래서 별도 꼭지로 다뤘습니다”

고든 창은 변호사인데 한국에 관해 공부를 했나요?

“북한 관련 서적을 한 권 썼고, 이 사람은 중국계 미국인이거든요. 그래서 중국에 대한 서적도 하나 썼습니다. 박사 학위는 법학이네요”

한국언론, 美 극우인사를 '한반도 전문가'로 둔갑 (<뉴스타파> 8월 31일 자 보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한국 언론이 많이 인용하잖아요. 그런데 이 보고서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보고서를 내놓는 시점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직전도 있는 거 같은데, 의도가 있는 걸까요?

“정상회담을 방해하려고 그랬다고 보기보다는, 아무래도 CSIS라는 싱크탱크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면 대북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되는데, 성급하게 남북이나 북미 관계가 화해모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게 아닐까 하죠. 

인터뷰를 했던 북한 관련 전문가의 발언을 빌리면 CSIS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예를 들면 영변 핵시설 관련 보고서도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 이게 4.27 정상회담을 바로 며칠 앞두고 그런 보고서를 내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게 기만적인데, 북한이 핵시설을 가지고 있는데, 북한과 평화 무드로 갈 거야?’라는 시각으로 그런 보고서를 이슈화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는 거죠. 이렇게 반복되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고요.”

다른 문제점도 있을까요?

“어쨌든 CSIS는 연구 기관이거든요. 그런데 과연 ‘객관적’으로 연구하느냐죠. 예산을 받는 자금출처 같은 것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미국의 자료 등을 보고 자금출처를 파악해 보려고 했거든요. 기사에 쓴 정도가 저희가 알고 있는 거고, 구체적으로 더 취재를 깊게 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뉴스에는 정말 많은 정보원과 출처가 등장하잖아요. ‘누구에 따르면’이나 ‘어디에 따르면’이란 수많은 정보원과 출처를 가려내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북한 관련 공론장도 장기적으로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금은 일단락이 됐지만, 이 프로젝트를 기왕 시작했으니까 언제든지 또 알려야 될 게 있으면 독자분들에게 또 추가로 취재를 해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할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사실 취재를 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가장 막막했던 순간이 많았던 것 같기는 해요. 분석대상이 워낙 많았고요. 근데 북한 관련해서 ‘누가 정보를 주나’ 이게 궁금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 진행하다 보니 우리 언론의 문제점도 같이 보이는 거예요. 근데 저도 기자잖아요. 예를 들면 MBN이라는 매체에서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나왔을 때 무속인 유튜버를 인용하면서, 이름을 말하지 않고 생년월일 말하고 사주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는데 단명 사주라고 보살이 이야기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보살이 용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쓴 걸 봤는데 그런 기사를 마주하게 될 때 당황스럽습니다. 같은 기자로서, 이런 문제가 눈에 너무 보여서 조금 힘들었던 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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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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