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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권력감시가 가능했던 두 가지 이유국장책임제와 방문진, 송두율·황우석 보도의 배경…박건식 “PD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일”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9.10 22:09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MBC 60년 영광과 도전’ 학술세미나에서 박건식 MBC 공영미디어국장은 “PD수첩의 권력감시 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방송문화진흥회와 국장책임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건식 국장은 <PD수첩> CP를 역임한 바 있다. 

<PD수첩>은 1980년대 언론의 자성에서 탄생했다. 기자 중심으로 ‘MBC 방송민주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1987년 12월 7일 방송사 최초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보도국장, 편성국장 등 5개 국장 중간평가제가 도입됐으며 같은 시기 방송문화진흥회가 설립됐다. 

1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MBC 60년 영광과 도전' 토론회. 왼쪽부터 백미숙 교수, 박건식 국장, 손병우 교수, 원용진 교수 (사진=한국언론정보학회 유튜브)

박건식 국장은 “당시 교양제작국 PD들이 광주 학살을 다룬 <어머니의 노래>를 방송해 시청률 44%를 달성하며 자신감이 붙었고 <PD수첩>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PD수첩>은 1990년 5월 8일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 편을 첫 방송했다. 임금 착취와 체불로 고통받는 중소기업 여성 노동자를 주목한 방송이었다.

하지만 같은해 <PD수첩> 방송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농촌 문제를 다룬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1990년 9월 4일) 편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에게 남쪽의 안 좋은 상황을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로 최창봉 사장에 의해 불방됐다.

이에 대해 노조위원장과 노조 사무국장이 항의하다 해고됐으며 노조는 52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끝에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 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장책임제’를 쟁취했다.

박 국장은 “PD수첩이 성역 없는 탐사보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출입처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국장책임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과 제작진의 입장이 충돌할 때 대부분의 국장들은 사임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제작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것이 PD수첩 제작진이 저널리즘의 정신을 지켜올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비전향 장기수, 북파공작원 인권 등 남북관계, 다미선교회, 대순진리회 등 종교 영역, 한미관계, 국제관계, 재벌, 정치 등의 이슈를 다뤘다. 박 국장은 “국가 최고권력기관에 대한 비판이 가능했던 것은 압력을 버텨낼 방문진이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국장책임제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일정 정도 기여했다”며 “PD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건식 MBC 공영미디어국장 발제 자료

대표적 사례로 2004년 7월 21일 방송된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던 송두율 교수에 대한 방송이 기획되자 시사교양국장은 방송을 찬성한 반면 제작본부장과 사장은 불방을 지시했다. 제작진과 노조는 긴급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요구했고, 법률전문가 3명이 방송에 문제 없다고 판단해 예정대로 방영됐다. 박 국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데 있어 제작진 개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독립성을 지켜줄 국장책임제가 얼마나 중요한 제도인지 일깨워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으로 대표되는 황우석 보도가 가능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박 국장은 “방문진은 공공법인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들을 선출한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KBS이사회와 차이를 보이는 구조로 PD수첩의 황우석 보도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업적을 공격하는 보도였지만 방문진은 어떠한 관여나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대통령이 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구조였거나 오너 지배구조의 민영방송이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몇 개월간 취재한 내용이 경영진에 보고되지 않고 방송될 수 있었던 건 국장책임제 덕분이었다”며 “프로그램 방영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실무 국장이 하기에 시사교양국이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앞으로의 PD수첩과 관련해 “MBC가 황폐하던 시절 빛났던 PD저널리즘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도 반복해서 보면 힘들다. 새로운 수용층에 맞춘 포맷에 대한 고민, 즉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건식 국장은 “지금까지 거대권력과 맞서는 저널리즘을 해왔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젠더 이슈 등 새로운 시대 변화에 어떻게 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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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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