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희망연대노동조합 현대HCN비정규직지부(현대HCN지부)가 KT스카이라이프에 불법도급·부당노동행위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스카이라이프가 면담 요청에 응할 때까지 노숙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정부의 승인조건을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했지만, 현대HCN지부와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하기 위해 신청한 주식취득, 소유 인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을 조건부 승인했다. 과기정통부는 ▲협력업체와 기존 계약 3년간 유지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복지향상 및 산업안전보건환경 개선방안 마련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현대HCN지부가 8일 기자회견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현대HCN 협력업체 직원들은 불법도급·부당노동행위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HCN지부는 과기정통부가 인수를 승인한 만큼, 스카이라이프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HCN지부는 8일 스카이라이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카이라이프는 면담 요구에 침묵을 일관했다”며 “이제 인수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남의 문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대HCN지부는 스카이라이프가 면담 요청에 응할 때까지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HCN지부는 “진짜 사장인 스카이라이프가 우리를 만나줄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스카이라이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교섭 자리에 앉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HCN지부는 이날 강지남 지부장·이정민 사무국장 삭발식을 진행했다. 강 지부장은 “지난해 8월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사측의 노동 탄압을 버텨왔다”면서 “현대HCN 사측은 우리의 외침을 수개월 동안 외면했다. 인수사인 스카이라이프는 노동자의 신음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노동조건과 관련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현대HCN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행법상 방송·통신설비 가설 및 수리 업무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사업자가 진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부 협력업체는 개인도급을 주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피인수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정의당은 이번 문제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현대HCN 노사의 교섭은 교착상황”이라면서 “일부 업체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문제 해결의 책임은 스카이라이프, 나아가 KT에 있다”며 “만약 스카이라이프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현대HCN지부와 면담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확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정부의 승인조건을 성실히 따를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대HCN 사측과 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지부와 대화를 미루는 사이, 일부 협력업체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HCN지부에 따르면 동작 서비스센터는 지난달 말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임금체계를 ‘포괄임금제’로 변경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측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구미동부 서비스센터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의 동선을 허위 보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대HCN지부에 따르면 구미동부 서비스센터가 이달 초 실시한 사내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참여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건물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사측은 방역당국에 “확진자와 직원들 간 거리가 멀어서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현대HCN지부가 방역당국에 상세한 상황을 설명했고, 구미동부 서비스센터는 일시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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