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31일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가 공동주최한 <일자리 보도의 문제와 올바른 고용 정책의 방향> 강연에서 뉴데일리의 26일자 기사 제목을 바로잡았다.

뉴데일리 제목은 <일자리정부? 80조 쏟아부었지만...청년 일자리 10만개 날아갔다>로 <정부가 80조 들여 청년 일자리는 10만 개 줄고 50대 이상 일자리는 41만 개 늘었다>가 사실과 부합하는 제목이라는 얘기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주최로 31일 열린 <일자리 보도의 문제와 올바른 고용 정책의 방향> 특강. (사진=ZOOM 화면)

정 교수는 해당 기사가 잘못된 일자리 보도 중 ‘선택적 보도’ 유형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자리가 줄어들면 늘어나는 쪽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4년간 80조 원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만여 개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청년 일자리가 10만 개 줄었고 50대 이상 일자리가 41만 개 늘었다”며 “전체적인 패턴을 균형적으로 보도하는 게 아닌 ‘80조 쏟아부었는데 청년 일자리 10만 개 날아갔다’고 표현한 기사”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청년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50대 일자리도 중요하다. 이들은 가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이기 때문”이라면서 “청년 일자리 10만개가 없어진 소식도 중요하지만 80조를 들여 일자리가 41만 개 늘어나는 건 문제 될 사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50대 이상인 60, 70대 노인 빈곤이 굉장히 심각한데 노인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제공할지 균형적이고 통합적인 보도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형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는 보도’가 있다. 매일경제는 8월 22일 <[단독] 최저임금 올려놓고 세금으로 달래는 정부...일자리안정자금 1년 더 연장>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까지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린 보완 조치로 내년에도 최저임금 상승 보완책인 ’일자리안정자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2018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커버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 지급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해 지급되고 남은 지원금으로 기사에 나온 것처럼 '싸늘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 아니다"라며 "일자리 안정자금 성격을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7월 13일 매일경제의 <“일자리 13만개 더 사라질 것”...文 정부 5년간 최저임금 42% 올렸다>기사에 대해 정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올린 사업장은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 돈이 풀린다는 의미로 다른 분야에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늘기도 줄기도 하는데 최저임금이 반드시 일자리를 줄인다는 보도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 여러 관련 연구를 통해 확인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보도’ 유형으로는 중앙일보의 7월 28일 <인건비 90조 vs 86조 공무원의 나라 됐다>기사가 꼽혔다. 중앙일보는 작년 공공부문 전체 인건비가 500대 기업의 인건비 합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정 교수는 “사람 수가 다르니 총액 비교가 아닌 ‘인당 인건비’로 비교해야 한다”며 “미국의 3억 인건비와 한국 2천만 인건비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공무원 인건비가 500대 기업 인건비보다 높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한 잘못된 보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500대 기업의 인건비가 굉장히 높다. 30대 기업 차장 정도 되면 억대 연봉으로 인상률이 낮아도 급여가 높다. 공무원도 급수별로 다르기에 비교하려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보도는 주로 경제신문에서 최저임금, 추가경정예산을 정하는 시기에 나온다. 정 교수는 “경제신문은 주로 기업 편드는 기사를 많이 쓴다. 일자리 관련 보도는 하반기 추경예산을 반영하는 시기에, 최저임금 산정 시기에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안 된다고 보도한다”며 “언론이 왜곡된 여론을 조성해 일자리 정책이 잘못 추진되면 그 책임을 사회가 져야 하는데 이는 매우 곤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올바른 일자리 보도를 위해 정 교수는 ▲사실확인 ▲기사 작성 전 사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역량과 자원이 있는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닌 기업의 역할이라는 것을 기자가 명확히 인지하고, 정책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자리는 단편적으로 줄고 느는 것이 아니라는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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