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KBS 신임 이사 11명을 임명했다. 이 가운데 이석래 이사가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KBS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31일 임명된 KBS 이사는 (가나다순)▲권순범 전 KBS 정책기획본부장 ▲김종민 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찬태 전 KBS PD ▲남영진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감사(노무현 대선캠프 언론특보) ▲류일형 KBS 이사(전 연합뉴스 기자) ▲윤석년 광주대 교수 ▲이상요 세명대 교수(전 KBS PD) ▲이석래 전 KBS 미디어텍 대표이사 ▲이은수 전 KBS협력제작국 PD ▲정재권 전 한겨레신문 기자 ▲조숙현 법무법인 유한 변호사 등이다. 임기는 내일(9월 1일)부터 3년이다.

이석래 KBS 신임 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채널 펜앤TV 영상화면 갈무리)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이석래 이사에 대해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최고의사결정기구의 본분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반하고, 사법 판결 무시, 노조 파괴 발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어제(30일) KBS 노동조합 등이 진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국회 앞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가짜뉴스가 없다면 이 정권은 절대 탄생할 수 없는 정권이다. 최순실이라는 가짜뉴스를 생산해 이것을 진짜로 만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을 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자기들이 가짜뉴스로 정권을 잡아봤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며 "그래서 가짜뉴스를 사전에 차단해 진짜를 막아보려고 하는 속셈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이사는 "앞으로 문재인 정권은 처참하게 망가질 거다. 저도 거기에 앞장설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했던 탄핵보다 더 깊은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가 이번에 정권을 다시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역사는 최소한 30년 이전으로 후퇴할 것", "촛불 정부를 횃불로 막자" 등의 발언을 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이사가 백주대낮에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을 근거 없이 가짜뉴스로 만들고, 이를 빌미로 사법체계와 국민적 공감대를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척하면서, 정작 본인은 과거 권력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로 몰아 입을 틀어막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 이사의 이번 언행을 보고, KBS가 정파적이라는 편견은 확신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KBS 이사회가 결국 정치권 나눠먹기로 구성되지 않느냐는 확신도 함께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KBS본부는 KBS 노사협력주간을 역임한 이 이사가 편향적인 노동관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제가 노사협력 담당했을 때 KBS노동조합 조합원이 3천명 있었고, 본부노조(KBS본부)가 1천명 있었다. 지금은 뒤바뀌었다"며 "그런데 3천명은 침묵하고 1천명은 몸부림친다. 이 몸부림 속에서 1천명이 3천명이 됐을 때 KBS는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노사주간 출신 이사가 정파에 따라 노조를 구분하고 특정 노조 파괴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노조에 대한 부당 지배개입의 여지가 있는 매우 위법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KBS 여의도 사옥 (사진=KBS)

이 이사는 3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KBS 이사 임기가 시작되기 전 발언이고, 국정농단 사건 보도와 관련한 발언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이사는 "내정은 돼 있었지만 제 임기는 9월 1일부터다. 그 상태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최순실 관련 발언은 오해가 있다. 제 취지는 그 보도가 가짜뉴스처럼 보였지만 나중에 진짜뉴스가 됐다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이사는 "가짜뉴스라고 고소·고발하게 되면 진짜뉴스가 밝혀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면서 "후배들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얘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꼬투리잡는 건 유감이지만, 말의 흐름에 실수가 있었다면 인정한다"고 말했다.

노조 관련 발언에 대해 이 이사는 "그 부분은 (KBS본부에 대한)제 애정으로 봐달라"고 했다. 그는 "저는 본부노조 탄생 때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외친 후배들을 적극 지지하며 관여했던 사람"이라며 "본부노조가 언론중재법 반대에 적극적으로 앞장섰으면 하는 애정을 갖고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이사는 방통위에 제출한 KBS 이사 지원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균형성의 문제"라며 "영상취재기자로서 공정성·균형성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인지, 그러면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미션인가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KBS 노사협력주간 경력을 제시하며 "모든 노조 협회들과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면서 그들에게도 진정성을 갖고 회사의 변화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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