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이 시청자위원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상파 3사 중복편성, 해설위원의 관용적인 표현, 여성 중계진 부족 등은 지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KBS 8월 시청자위원회에서 전진한 시청자위원장 직무대행은 “강승화·이재후 아나운서의 멘트가 깊은 감동을 주었다”며 “두 발언 이외에 더 주옥같은 멘트들이 많았고 차분하고 전문적인 중계방송이 많았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도승이 위원은 “KBS는 야구, 축구 등 주요 경기에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파견했는데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은균 위원은 “개막식·폐막식 모두 이재후 아나운서와 송승환 씨를 해설위원으로 등장시켜 올림픽 행사를 공연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매우 좋았다”고 했다.

최진협 위원은 안산 양궁 선수에 가해진 온라인 폭력에 대해 “<KBS 뉴스9>와 <더 라이브>가 관련 논란을 온라인 혐오, 온라인 학대로 보도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며 “시청자게시판에 안산 선수에게 가해진 사이버불링의 상황과 원인을 잘 파악하고 정리해서 보도했다는 호평이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7월 23일 KBS1TV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화면 (사진제공=KBS)

진선미 위원은 “MBC가 개회식 중계에서 무례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해 비난이 매서웠지만 KBS도 문제 발언이 없었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KBS는 아프가니스탄을 소개하며 “내전과 전쟁으로 고통을 많이 받은 나라, 2004년 선거를 통한 정부 출범 이래 반군과의 전쟁으로 치안이 불안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예멘을 “내전의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휴전협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거론했다. 진 위원은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KBS 탁구 해설진의 발언은 앞서 언론을 통해 비판받았다. 지난달 25일 여자 탁구 단식 2회전 신유빈과 룩셈부르크 니시아리안의 경기에서 해설진은 “탁구장에 가면 앉아있다가 나오는 숨은 동네 고수 같다”, “마흔한 살 많은 언니, 여우 같다”고 말해 입길에 올랐다. 진 위원은 “상대 선수의 연륜과 경력을 존중하지 않고 무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중계 발언에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종임 위원은 ‘올림픽 중복중계’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야구와 축구경기 중계를 방송 3사가 동시에 진행하면서 비인기 종목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시청자 비판이 굉장히 많았다”며 “7월 31일 여자배구의 한일전은 지상파 케이블 스포츠 채널과 온라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고 ‘수용자 복지’, ‘시청자의 볼권리’라는 부분과 충돌됐던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축구 야구 배구 중 어떤 경기 봤냐'는 질문에 시청자 분통)

권순택 위원은 관계중심 표현을 지적했다. 권 위원은 “관계중심 해설이나 보도는 그 선수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노력을 깎아내릴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누구의 딸’, ‘후배’, ‘막내’ 이런 식의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연령이 낮은 선수에게만 부여됐던 ‘당차다’, ‘반짝반짝’이라는 수식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8월 1일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여서정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 위원이 해설을 맡은 KBS 2TV는 시청률 16.2%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KBS는 2일 열린 남자 도마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신재환 선수를 두고 "여홍철의 후배", "신재환 선배 여홍철 해설"등 선수 간의 관계를 강조했다.

최진협 위원은 “선수들의 외모·나이·사생활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며 “‘나이도 어린데’, ‘어린 선수라서’ 등의 표현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계와 보도에서 ‘전사, 격파, 전술, 결전지’ 등 전쟁과 군에 사용되는 용어들이 여전히 자주 사용되고 있어 아쉽다”며 “소외된 시선을 반영하는 것은 KBS 차원의 구조적인 절차와 노력이 수반돼야 하며, 가장 먼저 캐스터와 해설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지상파 3사 도쿄올림픽 중계진 중 여성 캐스터는 2명이었고 그 중 KBS가 한 명이었다“며 ”KBS의 문제성 발언과 중계진의 성별균형은 반복되온 문제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용 스포츠국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어느 때보다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정말 특별했던 점은 시청자들이 올림픽 중계방송과 보도에 대한 방향을 지적해주었고, 공영방송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을 때 채널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가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완전히 달라진 기준으로 시청자 요구에 맞춰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번 개막식 때 일부 부족했던 부분들은 어떤 부정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시청자들께서 요구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지상파 3사 중복편성 문제에 대해 “가슴 아프고 힘든 부분”이라며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협의를 계속했지만 3사 모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복편성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문제이기에 풀 수 있는 방법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여성 캐스터 부족 문제에 대해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기에 지망하시는 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는 상황이지만, 변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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