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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보컵] 현대건설 GS칼텍스 완파, V리그 우승까지 간다[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장영 | 승인 2021.08.30 13:03

[미디어스=장영] 현대건설이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GS칼텍스를 상대로 2021 코보컵 결승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었지만, 3세트 후반의 위기를 제외하면 위기라고 할 것도 없이 상대를 압도했다.

2년 전 코보컵 우승에 다시 우승컵을 안은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꼴찌 불명예에서 벗어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신구조화가 좋았고, 호흡도 완벽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물론 시즌이 진행되며 변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코보컵 우승이 리그 우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강력한 서브와 젊은 선수들로 무장한 칼텍스는 이번 코보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번 기세가 오르면 그 어느 팀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노련하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팀이 바로 칼텍스였다.

칼텍스의 이런 장점이 무뎌지면 당연히 경기는 질 수밖에 없다. 결승전에서 칼텍스는 현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부지런하게 쫓아갔지만, 주도하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추격만 하다 우승을 내준 것은 이제 칼텍스는 다시 추격자의 위치에서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GS칼텍스 강소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실제 칼텍스의 장점이었던 서브 에이스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서브 범실이 14개나 나왔다. 강력한 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들고 공격을 풀어가는 칼텍스의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기기 어려운 경기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칼텍스와 달리, 현대건설은 서브 에이스 5개, 범실 9개로 칼텍스보다 좋은 모습이었다. 물론 안정적인 서브를 넣던 양효진이 중요한 상황에서 서브 범실을 보이는 모습은 아쉬웠다. 그만큼 결승에 대한 부담이 양효진에게도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건설에서 서브가 좋은 양효진과 황민경이 모두 서브 범실을 3개씩이나 기록했으니 말이다. 

현대건설이 칼텍스를 잡고 우승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 순간은 1세트 중반에 정지윤을 투입한 것이었다. 선발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황연주가 선발 아포짓으로 나온 상황에서 강성형 감독은 과감하게 정지윤을 투입해 칼텍스를 잡았다.

분위기상 칼텍스가 추격하며 역전으로 나아가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지윤이 투입되며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는 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하자 분위기는 바로 현대건설로 다시 넘어왔다. 미들 브로커와 윙 스파이커 양쪽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멀티 자원인 정지윤은 현대건설만이 아니라 향후 한국 여자배구의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그의 성장이 반가웠다.

2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OVO컵 여자부 결승 현대건설-GS칼텍스 경기에서 GS칼텍스 문지윤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칼텍스는 문지윤이 강력한 공격 본능을 보이며 차세대 핵심 자원의 가능성을 보였다. 유서연이 12점, 강소휘가 11점, 문지윤이 10점을 올리며 올 시즌 이들의 공격력에 칼텍스가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건설이 칼텍스를 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수비다. 기본적으로 리시브와 디그가 잘되면 공격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칼텍스가 상대를 쉽게 잡는 이유는 강력한 서브로 흔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서브가 안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높이 배구는 현대건설이 앞선다. 양효진이라는 절대적인 미들 브로커가 존재한다. 여기에 이제 신인티를 벗고 현대건설의 중심 미들 브로커로 성장 중인 이다현이 버티고 있음은 분명 매력적이고 강력하다. 칼텍스 역시 한수지와 김유리라는 농익은 미들 브로커가 있지만, 이번 경기에서 현대건설이 더 앞섰다. 

영특하게 배구를 잘해도 높이의 배구를 하는 현대건설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타점이 높은 공격까지 가능한 양효진이란 벽은 여전히 높고 강하다. 그리고 양효진 옆에서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이다현 역시 지속적으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건설의 강점이 될 수밖에 없다.

작전 지시하는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양 팀이 대등한 실력을 보인 것은 3세트였다. 20점을 향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미 2세트를 내주고 내리 3세트를 이기며 승리한 경험을 가진 칼텍스다. 며칠 전 그런 경험은 칼텍스만이 아니라 상대팀인 현대건설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3세트를 내주면 칼텍스의 패기에 말릴 가능성도 높다는 불안감은 당연히 현대건설을 조바심나게 할 법했다. 실력이 없는 팀도 아니고, 언제라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상황에서 3세트에서 1점씩 주고받으며 경쟁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있었다. 

일진일퇴 과정에서 드러난 칼텍스의 문제는 세터인 안혜진이 많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항상 웃으며 경기를 하던 안혜진이 서브 에이스는 고사하고 세터로서 흔들리는 모습이 등장하며 팀 전체가 힘을 잃었다. 그만큼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도희 전 현대건설 감독이 키우고 싶어 했던 김다인은 결승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기업은행에서 넘어온 이나연이 주전 세터로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김다인이 결승에 나와 안정적 모습을 보이며 올 시즌 김다인의 보다 성장한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2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OVO컵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GS칼텍스 꺾고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터들의 경쟁에서 그동안 잘해왔던 국가대표 안혜진이 흔들리자 칼텍스는 한 세트도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와 달리, 김다인은 안정적인 모습으로 현대건설 공격을 잘 이끌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현대건설엔 정지윤이 있었다. 좌우 윙 스파이크 자리에서도 그리고 중앙에서도 백어택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정지윤은 분명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다. 

김연경의 후계자들이 수없이 거론되지만 실력으로 증명된 선수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1세트 중반에 들어와 17점을 올리며, 양팀에서 가장 좋은 공격력을 보인 정지윤은 컵대회 MVP를 받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다현은 라이징 스타상을 받으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같은 시기에 프로에 입단한 최대어였던 정호영이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이다현은 앞서가기 시작했다.

김연경이 정지윤의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자질에 대해 언급을 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신의 뒤를 이어 대표팀의 자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미들 브로커로 입단했지만, 아포짓으로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였던 정지윤이다.

29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OVO컵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GS칼텍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의 정지윤 선수가 MVP를 차지한 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비 부담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는 솔직히 쉽지 않다. 학창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자리를 프로에서 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감독이 바라고, 모두가 원하는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인 정지윤이 과연 올 시즌 포스트 김연경으로 올라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년 연속 트레블이라는 대업을 꿈꾸었을 칼텍스는 결승 무대까지는 올라갔지만, 현대건설에 완패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풍성한 자원과 젊어서 더욱 강한 칼텍스는 시즌이 시작되면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세터 자원까지 가세하면 칼텍스는 여전히 우승후보다.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2021 시즌 코보컵은 많은 기대를 하게 했다. 젊은 강한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시즌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새로운 대표팀의 색깔을 만들어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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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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