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기자협회가 기자의 사생활이 담긴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현상금을 걸어 기자비리를 제보받는 사이트 '마이기레기'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

27일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형사들을 만나 '마이기레기'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향후 처벌의사가 있는 기자들을 모집해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혐의 적용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협회장은 "'마이기레기'는 기자들을 기레기로 낙인찍고, 가족들과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신상털기에 나서고 있다"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하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범죄행위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마이기레기'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고 판단한 기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기자들의 사화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 등을 가져와 게재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 5일부터 현상금을 걸고 기자 비위를 제보받고 있다. '마이기레기'는 5명의 '1차 기레기 리스트'를 정하고 비위 제보를 독려하는 중이다. 제보등급은 A·B·C 등 세 등급이다. 30만원 현상금이 걸린 A급제보는 ▲각종 비리 ▲불법·탈법·위법사항 ▲학교폭력 등이다. 20만원 현상금이 걸린 B급제보는 ▲경범죄 ▲방역수칙위반, C급제보는 ▲현재 사진 ▲과거 정보 ▲잡다한 제반정보 등이다.

'마이기레기'는 '기레기가 창궐하는 이유'로 조선·동아일보 친일사주들의 생존 민간기업인 언론사 구조로 인한 자극적 기사 등을 들었다. 이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 따라서 기자를 취재하는 커뮤니티라는 컨셉으로 '마이기레기'를 이어간다"며 "앞으로 기자들의 기사를 분석해 질떨어지는 기자를 기레기로 지정, 그들을 조국 털듯이 털 예정"이라고 했다. '마이기레기'는 기자 비리 제보를 받으면 법무법인과 검토 후 공개범위 등을 정해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후원 모금을 통해 현상금 가격을 올려 고급정보를 제보받겠다고 한다.

또 '마이기레기'는 "서버가 외국에 있다. 관리인도 외국 국적"이라며 소송을 걱정하지 말고 기자들과 관련한 제보를 달라고 공지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원론적으로 기자들의 기사를 다루지 않는다. 일반인이 참 보기 힘든, 언론종사자의 불법·위법·탈법을 찾아 공개할 뿐"이라며 "따라서 기자들도 불법사항만 없으면 '마이기레기'에 적대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언론에 대한 사적 린치다. 자신들의 정파적 입장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기레기'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형태는 온당치 않다"면서 "기자 개개인이 대응하는 건 어려워 조직으로서의 기자협회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개인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끌어올려 조롱·모욕하는 등의 행위는 기자협회가 대응할 수 있다"며 "가령 가족사진을 찾아내 공개하고 공격하는 건 범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심 교수는 법적 대응보다 입장표명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심 교수는 "언론 스스로 공익적이어야 하고, 비리의 대상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감시하려면 해라, 그런데 현상금을 걸어 제보받는 방식은 온당치 않다'고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기자협회가 대응은 해야 한다. 특히 여성기자들의 경우 혐오표현을 통한 공격으로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며 "언론에 대한 비난이 많은 건 알고있다. 하지만 집단적 공격, 특히 사생활 등에 대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항상 형사적 처벌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기자협회 차원에서 심각하게 인식해 진행했겠지만, 원칙적으로 중단을 요구하거나 이런 행위가 정말 심각한 폭력이라는 것을 통보하는 등의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비단 언론뿐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진영 간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문화가 불러온 결과인 것 같다"며 "소비자로서 독자들의 권리 행사가 지나치게 위협적인 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기자 집단의 대응도 유사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법적 대응이 '언론 불신'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어떻게 보면 언론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기자협회가 고소가 아닌 해결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기자 개개인이 도덕성과 수익창출을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환경의 문제도 있는데, 그런 사실을 시민들은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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