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요즘 부캐(부 캐릭터) 하나쯤은 다 있잖아. 본캐 외에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다른 생활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유행이다. 본캐는 본래의 캐릭터를 줄임말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말한다. 원래 부캐는 게임에서 현실세계에선 하지 못하는 세계를 경험하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를 말한다.

부캐를 게임에서 현실 세계로 끌고 나온 것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 새로운 경험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부캐 놀이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새로운 직업을 경험하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도전하지 못했던 취미에 도전하기도 하며 부캐 전성시대를 열었다. 부캐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평상시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을 시도하고 경험한다면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생활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현실과 유사한 세계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를 말한다.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현실세계와 같이 3차원의 가상세계에서도 이뤄지는 것으로 현실세계와 연동된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개념으로, 가상현실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즐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아바타를 이용해 실제 현실과 같은 가상세계에서 사회·문화적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과 다르다.

지난 3월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된 대학 신입생 입학식.[연합뉴스 자료사진]

메타버스는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어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장기화되면서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은 깊어졌다. 메타버스로 실제 고독감이 줄어들고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세계와 같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처럼 생활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입학식을 하는 학교도 있고, 학생들은 현실세계와 같이 등교해 수업하고 주제를 정해 토론도 하며 체육대회도 한다. 아이들은 메타버스에서 약속을 정하고 만나 운동을 하고, 쇼핑을 즐긴다. 공연장을 찾아 가수의 콘서트를 즐기기도 하고, 팬 미팅에 참여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나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아이돌처럼 춤을 출 수도 있다. 물론 아이돌 춤을 구매해야 가능하다. 메타버스는 ‘재미’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십대와 MZ세대 맞춤형 플랫폼으로 십대와 M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공부하고 놀고 쇼핑한다.

메타버스 세계는 빠르게 진화하고 확장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수요와 확장에 따라 기업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메타버스 마케팅을 실시하며 상품을 선보이고 판매한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패션업계는 메타버스에서 패션쇼를 열고 옷과 가방 등 다양한 패션제품을 팔고 있다.

대표적인 주자가 구찌다. 현실세계에서는 구찌를 걸치지 못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플랙스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구찌가 현실세계의 400분의 1, 500분의 1 정도의 가격밖에 하지 않는다. 물건뿐 아니라 가상의 땅도 상품화되고 있다. 구글어스2에서 땅을 살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가질 수 없는 땅을 메가버스에서 싸게 구입해 투자한다고 한다. 중국인이 청와대를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운대 땅값이 플랫폼에서 120배 폭등했다. 해운대 땅값은 지난해 12월 10㎡당 0.166달러 하던 가격이 20.075달러로 폭등했다. 메타버스에서 나의 아바타는 한남동에 살며 구찌를 걸치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서 아이돌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월드 내 플레이리스트 이벤트 [플레이리스트 제공]

메타버스에선 현실세계보다 빈부격차와 차별, 폭력이 적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인종, 국적과 상관없이 아바타를 선택하고 피부색,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는 인종차별이 적다고 말한다. 또 10대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익명으로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순기능으로 뽑았다.

순기능이 있다면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다. 순기능과 역기능은 동전의 양면 같다. 이용자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기 때문에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세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혐오와 차별, 폭력이 그대로 메타버스에 옮겨올 수 있다. 아이들은 메타버스에서 경험한 세계를 통해 잘못된 세계관을 가질 수 있고, 잘못된 사회규범을 취득하고 옳다고 믿을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실제 경험과 교육이 줄어들면서 메타버스를 실제 세계와 동일시할 수 있다. 이용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균형 잡힌 사회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메타버스가 초기 단계에 있지만 요즘 가장 주목받고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므로 이용자의 규칙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에 메타버스는 필요충분조건이며 가능 세계이므로 순기능이 강화되어 현실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평등, 평화,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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