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위원장 조성욱)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이번 인수로 디지털유료방송·8VSB방송 등 2개 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정조치'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절차가 남았지만, 과거 M&A 심사 강화를 약속한 과기정통부는 '2주 내 신속 결론' 방침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취득 건 등을 심의한 결과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0월 13일 현대HCN과 현대미디어 주식 각 10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7월 KT스튜디오지니는 KT스카이라이프로부터 계약상 매수인의 지위를 이전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HCN 결합으로 총 10개의 관련시장에서 기업결합이 발생했다. 공정위는 디지털케이블TV·IPTV·위성방송을 하나의 디지털방송시장으로 봤고, 8VSB(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별도의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케이블TV는 별도의 방송시장으로 획정했다. OTT는 유료방송시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밖에 방송채널사용사업시장, 일반유료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 지상파방송 재전송권 거래시장, 홈쇼핑채널 전송권시장, 방송광고시장, 초고속인터넷시장, 유선전화시장 등 있다.

지리적 시장으로 현대HCN이 방송사업을 영위하는 서울 관악구, 동작구, 서초구, 부산 동래구·연재구, 부산 북구, 경북 포항·울릉·영덕·울진, 경북 구미·김천·칠곡·성주·상주·고령·군위, 충북 청주·청원·영동·옥천·보은 등 총 8개 방송구역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이번 결합으로 10개 관련시장 중 디지털유료방송, 8VSB방송 등 2개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디지털유료방송시장 합산 시장점유율을 보면, KT스카이라이프는 8개 구역에서 최저 59.8%부터 최고 73%에 이르는 점유율을 갖게 된다. 2위 사업자와의 격차가 35.4%p~59.3%p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공정위는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던 KT 계열과 결합함으로써 해당 구역에서 케이블TV 요금인상을 억제하던 경쟁 압력이 크게 약화된다"며 "설문 결과, 현대HCN의 디지털 케이블TV 요금인상 시 KT계열 방송(IPTV+위성방송)으로의 전환율이 43.6%로 가장 크다. 결합으로 결합상품 구성 등 서비스 제공능력 격차가 커져 IPTV 사업자인 SKB, LGU+ 등의 견제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결합으로 KT계열이 모든 방송플랫폼(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을 구비함에 따라 결합상품 제공능력 등 시장진입에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UPP분석결과 가격인상 유인이 존재한다"며 "아울러 8VSB에 대한 소극적 마케팅, 인센티브 축소, 요금할인 축소 등 소비자피해 소지가 있고 IPTV 등 고가상품으로의 전환유도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8개 구역 디지털유료방송시장과 8VSB방송시장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7개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신규가입·전환가입시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금지 ▲수신계약 연장·전환가입시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금지 ▲고가형 상품전환 강요 금지 ▲채널구성내역과 수신료 홈페이지 게재·사전고지 의무 등이다.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다만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1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시정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이번 조건부 승인의 의미로 '방송통신융합환경 지원'과 '소비자 피해 가능성 차단'을 강조했다. 케이블TV 침체, IPTV 중심의 이동통신3사 경쟁력 강화, OTT 서비스 성장 등 유료방송시장 경쟁상황 변화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이번 심사가 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 등 방송통신 규제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질 과기정통부 최다액주주 변경심사가 무난할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이로써 KT그룹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KT는 LGU+, SKB의 M&A에도 점유율 2위와의 격차를 6%p 이상 벌리고 있는 점유율 1위(31.6%) 사업자다. 과기정통부 심사를 통과하면 KT계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35.47%가 된다.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폐지 이후 처음으로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2019년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를 논의할 때 과기정통부는 M&A 심사를 '공정경쟁 확보' 측면에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국회에 피력한 바 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 가능성, 경쟁제한성, 과도한 결합상품 마케팅에 따른 이용자 차별 우려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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