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박용학 전 한국ABC협회 사무국장이 신청한 ‘부패행위 신고자 신분보장 조치'를 기각했다. ABC협회가 부수공사 조작 의혹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한 박 전 국장에게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가했다는 '시간적 우선성에 따른 인과관계'는 성립할 수 있지만, ‘옵티머스 펀드 투자’라는 징계 사유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ABC협회는 2018년 6월과 2019년 5월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6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3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옵티머스 펀드가 사기 펀드로 밝혀져 환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ABC협회는 박용학 전 국장이 펀드 투자를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지난 1월 해고를 결정했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했다.

(사진=미디어스)

박용학 전 국장은 '자신이 문체부에 부수공사 조작 의혹을 신고하자 ABC협회가 무리한 사유를 들어 해고했다'며 권익위에 신분보장 조치를 신청했다. 권익위는 부패행위 신고자가 신고를 이유로 징계·해고 등 불이익을 받을 경우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

권익위는 6일 박용학 전 국장의 ‘신분보장 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국장의 대기발령·해고 사유가 명확해 업무상 경과실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박 전 국장이 회장 결재를 받지 않고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점,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이후 4개월 동안 협회에 보고하지 않은 점, 협회의 재산상 위험을 초래한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권익위는 ABC협회가 인사 규정에 따라 징계처분을 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ABC협회의 징계사유는 전체적으로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며 “징계처분은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징계 양정 정도 역시 규정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ABC협회가 박용학 전 국장의 부수공사 조작 의혹 신고 사실을 몰랐더라도, 박 전 국장의 행위를 묵과하거나 용인하였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권익위는 박용학 전 국장의 'ABC협회 부수공사 조작' 제보를 ‘부패행위 신고’로 규정했다. ‘부패행위 신고’란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계약 체결·이행에 있어 법령을 위반해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부패행위 신고자의 인적 사항은 비밀로 보장된다. 다만 신고자가 동의했을 때는 인적 사항을 공표해도 된다. 박용학 전 국장은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체부에 관련 신고를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신고자 신분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신고자 신분을 공개한 보도가)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용학 전 국장은 2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권익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권익위 결정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후 미디어스는 박 전 국장에게 재차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박용학 전 국장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국장은 미디어스에 “라임펀드 사기 사건처럼 위험성이 높은 펀드 역시 100% 환급해주는 게 금융당국의 관행인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판정문을 보고 노무사와 상의해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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