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 자유가 없으면 그 나라의 민주화가 오래갈 수 없고 민주화가 자리잡고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언론 자유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언론 자유와 독립 언론이 사라진 이 시기는 미얀마 민주주의에 큰 걸림돌이고 도전이다”

미얀마 독립 언론 <미지마>의 소 민트 대표는 23일 열린 시사IN ‘저널리즘과 연대, 미얀마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 설립된 <미지마>는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로 방송 허가가 취소됐다.

시사IN '저널리즘과 연대, 미얀미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컨퍼런스에 참여한 소 민트 <미지마> 대표 (사진제공=시사IN 유튜브)

3월 8일 <미지마>를 포함한 독립 언론 5곳의 허가가 취소됐으며 다음 날 <미지마> 양곤 본부에 군인과 경찰이 습격해 방송 장비, 차량을 압수했다. 같은 달 27일 딸린 지역 경찰관들이 기자들을 신고했고 경찰은 <미지마> 직원 12명을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체포 명단에 올렸다. 은행 계좌는 모두 압수됐으며 현재 공동 대표와 직원 1명이 체포된 상황이다.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에 양곤의 <미지마> 사무실은 스튜디오, 뉴스룸, 주조정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 널빤지로 간신히 벽을 가린 가설 스튜디오에서 미지마+TV채널과 108㎒ FM 라디오를 활용해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소 민트 대표는 미얀마 언론활동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기자들의 안전을 꼽았다. 소 민트 대표는 “기자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군부는 기자의 가족과 친척까지 잡아서 고문하기도 한다”며 “2월 1일 이후 <미지마> 광고 수익과 구독료는 모두 사라졌고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 민트 대표는 “군부는 <미지마>뿐 아니라 다른 독립 언론의 발행 및 방송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야 하는 도전이 남아 있다”며 “언론 자유, 독립 언론과 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 민트 대표는 암 투병 중이다. 쿠데타 초반 그는 <미지마>의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많은 시민과 언론인들이 <미지마>와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미지마>의 네 가지 구호는 미얀마에 언론 자유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믿음을 담고 있다.

“우리는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체포된 <미지마> 동료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는 <미지마>가 미얀마에서 자유로운 독립 언론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지식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는 양곤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미지마>가 뉴스를 제작 중인 간이 스튜디오 (출처=시사IN 유튜브)

전 타이외신기자클럽(FCCT) 회장인 그웬 로빈슨 <닛케이 아시안 리뷰> 선임기자가 전하는 미얀마 상황도 비슷했다. 2월 1일 이후 98명의 언론 종사자가 체포됐고 32명은 여전히 구금 중이다(7월 28일 기준). 미얀마 군부는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제정된 형법 제505(a)조항을 근거로 민간인과 언론인의 체포를 정당화하고 있다.

6월 30일 미얀마 정보부는 군부가 임명한 국가행정위원회를 ‘군부’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기소될 것이라고 언론인에게 경고했다. 해외뉴스 통신사에 대해 ‘군사위원회’나 ‘군사정권’이란 용어 사용을 중단하고 '가짜뉴스를 확산시키는 일을 멈추라'고 했다.

언론사가 폐간되고 방송이 중단된 상황에서 언론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뉴스를 전하고 있다. 문자메시지로 뉴스를 전파하거나 ‘미니신문’을 비밀리에 발행하고 있다. 그웬 로빈슨 기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시민 저널리즘 수준을 끌어올리는 등 예기치 않게 언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사건을 중계하고 이미지를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능숙해졌다. 이는 미얀마를 넘어서 아시아 지역 전체에 전례 없는 협력과 공동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방콕 특파원으로 지난 2월부터 미얀마 관련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 김원장 KBS 기자는 미얀마 시민 저널리즘의 힘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CNN 기자와 인터뷰한 시민을 체포했던 사복 경찰을 폭로한 것은 일반 시민이었다. 시민들은 각자가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취재를 통해 체포된 시민의 신원을 파악해 알렸다.

김 기자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첫 번째 사망자인 ‘마 뚜에 키인’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데 시민들이 군경의 신원을 확인하고 기록했다”며 “시민들이 알려주는 정보가 모두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광주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미얀마 진실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언론을 지원하기 위해 아시아 기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타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타이완, 뉴델리 외신기자 클럽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타이외신기자클럽의 기부금과 일본외신기자클럽이 후원한 카메라, 컴퓨터, 태블릿 등 장비가 미얀마 언론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시사IN은 오늘의행동과 함께 4월 7일부터 5월 18일까지 #WatchingMyanmar 캠페인을 진행했다. 854명이 참여해 3712만 5836원이 모였다. 장일호 시사IN 기자는 “아시아언론연대가 성장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쏘아올린 공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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