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강요한 판사는 위기를 맞았다. 잘 준비된 하나의 쇼에서 역습을 당하듯, 믿었던 가온에 의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지게 되었다. 시범재판부에서 행했던 모든 재판은 조작되었다는 폭로였다.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렇게 발표한 가온 옆에는 민 대법관이 있었다.

민 대법관은 철저하게 정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가 수상하게 다가온 것 역시 당연했다. 정의로운 존재처럼 행동하지만, 중요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선택적 정의’를 실천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온을 앞세워 요한을 친 민 대법관은 시범재판에서 이어진 모든 재판은 재심 후 무효화시키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근본적으로 선고 과정에서 증거가 조작되었다면 이는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 대법관이 정의를 외치며 정의와 담을 쌓은 악당들을 풀어주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은 명확한 커밍아웃이었다.

믿었던 가온의 배신에 요한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제대로 믿어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 집에 버려진 아이. 아버지는 아들을 증오했다. 그렇게 방치해 죽이려 했지만, 형 이삭으로 인해 구조된 인물이다.

tvN 주말드라마 <악마판사>

거대한 저택 지하에서 살며, 피해망상과 증오에 휩싸인 아버지로부터 항상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형 잡아먹을 놈이라며 폭행하는 아버지의 파멸적 행동도 요한을 악마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요한은 인간관계가 서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믿어주고 유일하게 정을 준 형 이삭마저도 가증스러운 선아의 행동에 속아 오히려 자신에게 약속을 언급하는 모습에서, 인간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라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악의가 전혀 없는 형의 그 선한 마음도 누군가에게는 악이 될 수밖에 없다.

재단에 의해 대통령이 된 허중세와 부인 도연정은 자신의 계획을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요한 사례를 통해 권력욕에 빠져든 허중세는 탱크라도 끌고 와 세상을 지배하겠다고 한다. 그런 허중세를 바라보며 이 자리는 돈을 벌기 위해 왔음을 상기시켰다.

탐욕에 휩싸인 자는 허중세만이 아니었다. 재단에 속한 이들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서울 전체를 팔겠다는 욕망 말이다. 오직 자신의 이익에 심취한 자들에게 국가는 의미가 없었다.

허중세는 자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망각했다. 재단에 의해 대통령이 된 허중세는 그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충직한 하인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힘을 가진 신 정도로 생각하고 날뛰는 모습은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탱크까지 끌고 와 세상을 집어삼키겠다는 허중세에게 정선아의 분노가 드디어 터졌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허중세는 사망한 서정학이 여전히 실세였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광대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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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학 전 이사장 역시 선아의 꼭두각시였던 상황에서 허중세가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정선아의 작품이었다. 적당히 광대짓을 하게 하고 다른 이로 그 자리를 대체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선아와 재단 사람들의 목적이었다.

기고만장해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는 허중세에게 다가가 뺨을 때리는 선아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였다. 혁명을 언급하는 허중세를 굴욕적으로 제압하자 비서실장을 불러 총으로 쏴버리라 지시하지만 그 총구의 방향은 이사장이 아니라 허중세였다. 자신이 얼마나 허망한 광대였는지 명확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치 세상의 중심이라도 된 양 행동했지만, 그 모든 것은 이사장 손바닥 위였다.

선아는 요한을 찾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삼고 싶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요한이라면 자신과 함께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아는 과거에도 지금도 요한이 어떤 인물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저 자신의 욕망에 들끓는 존재일 뿐이었다.

위기에서 이를 이용해 전화위복을 할 수 있는 자는 진짜 강한 존재다. 요한은 기자회견을 통해 스스로 공격을 받아들였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사과하며 근본적 문제에 대한 언급하기 시작했다. 가진 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는 사법부의 행태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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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들은 절대 처벌하지 않는 사법부에 분노해 벌인 일이라는 요한의 반격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당장 야당 지도부에서 전화를 해 정치권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올 정도였다. 요한의 꿈은 정치를 하거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요한의 욕망을 언급하자면 파멸이다. 재단을 파멸시키는 것이 요한의 유일한 욕망이다. 모든 악행이 재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요한으로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선아가 재단에 들어가며 모든 것을 장악하고 권력을 부리는 위치에 올랐지만, 그의 한계 역시 분명할 수밖에 없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판사라는 권력을 얻은 가온은 여전히 미약하고 허약한 존재다.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그게 악마인지도 모른 채 그저 선한 마음으로 원칙적인 정의감에 들떠있는 가온은 그런 악마들에게 휘둘리기 쉬운 존재였다.

수현의 죽음에 요한이 개입되었다는 민 대법관의 주장을 처음에는 밀어냈다. 하지만 수현의 수첩을 보고 가온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현의 흔적을 따라 10년 전 성당 화재사건 당시 그곳에서 일했던 정요셉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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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겁에 질려있었고, 요한이 화재 현장 CCTV 영상 원본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누군가 와서 사본을 빼앗았다는 발언도 했다. 요셉은 그 모든 것이 요한의 짓이라 속단했다. 원본 파일을 가져간 요한이 자신이 사본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그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행 당하던 날 집앞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는 검은 옷을 입은 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민 대법관은 철저하게 요한을 돕는 자가 벌인 일이라며 분위기를 잡아갔다. 그것도 모자라 수현을 저격했던 인물을 죽이는 모습까지 가온은 확인했다.

검은 옷을 입은 그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케이가 선아에 의해 사망한 줄 모르는 가온은 오해할 수도 있다. 믿었던 민 대법관이 오직 요한이 범인이라 몰아가는 상황에서 어리숙한 가온은 요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저 민 대법관이 흘려준 땅 부스러기를 쫓아 요한을 공격한 가온은 그저 공부만 잘한 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증거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으라는 요한의 말을 가온은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민 대법관이 형사와 경찰들을 끌고 오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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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정 이사장이 들어오고 민 대법관은 고개를 숙여 자신이 재단 사람임을 증명했다. 민 대법관 역시 재단 사람으로, 정의를 앞세워 혹세무민했던 수많은 사법 기술자 중 하나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가온에게 "더 큰 정의를 위한 선택"이라는 가증스러운 발언을 하고 떠났다.

요한이 그렇게 감추고 싶은 진실은 이내 밝혀졌다. 10년 전 성당 화재사건의 진실이 담긴 CCTV 영상 속 범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어린 엘리야였다. 어린아이가 성당에서 어른들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른들처럼 촛불을 켜고 성당 놀이를 하다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가는 길에 곰인형이 건드린 촛불이 화재로 이어졌다.

요한은 조카가 부모를 죽인 살인마로 기억하고 살기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증거들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선아는 이를 빌미로 요한을 압박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요한을 굴복시키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선아의 욕망은 그래서 허망하고, 그의 성은 붕괴될 수밖에는 없다.

정의라는 신념의 함정은 언제나 문제를 야기하고는 한다. 가온은 작가의 분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이 느낀 사법부의 폐단을 심어놓은 존재일 수도 있다. 극 중 선아는 가온을 요한의 약점으로 심어놓은 존재였다. 하지만 작가는 가온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과연 마지막 회 가온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태워버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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