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의사진행이 공회전되자 표결처리를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25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 문체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반대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십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체위 회의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벌였다.

1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국회)

국민의힘 측은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자신들과 안건조정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은 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 위원으로 선임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달곤 국민의힘 간사는 “국회법에 따르면 문체위원장은 여야 간사와 협의해 안건조정위원을 선임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위원장은 김의겸 의원이 선임됐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번 안건조정위가 과연 본래 취지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달곤 간사는 “민주당은 문체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되는 걸 고려해 8월 말 법안 처리를 목표로 했다”며 “3일의 여유 시간만 주면 평균 이상의 법을 만들 수 있었다. 민주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교조주의적으로 시간표를 갖고 왔다”고 비난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신문협회뿐 아니라 친민주당인 전국언론노동조합조차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며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언론단체·법률단체·외국단체 등이 법안을 반대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이 통과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를 저지르는 권력층은 대개 비선실세”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최순실과 같은 사람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간·횟수 제한이 없는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회의를 지연시키자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처리를 요구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는 말 중 법안 내용에 대한 건 한 마디도 없다”며 “이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에 대한 표결 절차를 진행했다. 문체위원 16명 중 9명(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이 찬성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절차를 진행하는 문체위원장석 앞을 가로막으며 항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본회의까지 잘 매듭짓도록 하겠다”며 “오늘 중 25일 본회의 상정을 위한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민주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시도가 예상된다.

(사진=리얼미터)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은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허위·조작보도 정의 ▲언론중재위원 증원 및 자격조건 강화 ▲정정보도 크기 규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은 허위·조작보도를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 때문에 재산상 손해·인격권 침해·정신적 고통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 범위는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해진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은 고의·중과실에 대한 판단 주체를 법원으로 설정해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했다. 민사법상 손해배상의 입증책임은 원고에 있다.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왜곡하는 경우 등이다.

당초 민주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한 경우”, “인터넷신문사업자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정정보도 청구 등이나 정정보도 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을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으로 정했으나 18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삭제됐다.

공직자, 공직자 후보자, 대기업, 대기업 주주 및 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청구할 수 없다. 또한 공익침해행위 관련 보도, 김영란법 관련 보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열람차단청구권이 도입된다. 언론보도 피해자는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내용이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내용이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 열람차단에 대한 판단은 언론중재위와 법원이 맡는다.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보도, 여론형성 등에 기여하는 보도는 열람차단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정보도는 정정 대상이 되는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정정보도를 청구받은 내용이 원 보도의 일부일 때는 시간·분량·크기를 원 보도의 2분의 1 이상으로 해야 한다.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시기는 ‘언론보도를 인지한 후 3개월’에서 ‘6개월’로 수정됐다. 언론 보도가 나온 지 1년이 지나면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없다.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가 청구된 경우 인터넷 언론사는 기사에 청구 사실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언론사는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가 인용될 경우 기사 제목 및 내용에 관련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언론사가 정정보도·반론보도·추후보도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을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정정보도 청구 방법은 ‘서면’에서 ‘서면·전자우편·인터넷 홈페이지’ 등으로 확대됐다.

언론중재위원은 “40명 이상 90명 이내”에서 “60명 이상 120명 이하”로 대폭 확대됐다. 중재위원 자격은 ▲법관으로 5년 이상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하였던 사람 중에서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자 ▲변호사로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중에서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한 자 등이다. 기존 법안에선 재직 기한 제한이 없었지만 대안에서 ‘5년 이상 재직’이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또한 위원 자격에 “신문 독자·방송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기존 언론중재법은 ‘정당 당원·선거 후보자’ 등을 언론중재위원 결격사유로 정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은 결격사유를 ▲당원 신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선거 후보자 또는 후보 등록일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등으로 구체화했다.

또한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직에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선거 후보자 당선을 위해 방송·통신·법률·경영 등에 대하여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등은 언론중재위원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밖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은 행정처분에 대한 추후보도청구권 조항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형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자만 추후보도를 청구할 수 있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이 통과되면 비위 혐의와 관련된 행정처분을 받은 자는 무효확인·취소판결을 받을 경우 언론에 추후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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