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미래성장동력 드라마산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지상파 드라마 PD와 외주제작사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드라마 저작권과 제작비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KBS 이강현 PD "드라마 한 편 할 때마다 10억 원 손해"
그는 "제작비를 많이 투여하고 리스크를 많이 지는 곳에서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지상파가 갑의 지위에서 우월적 권한을 행사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이어 "자체제작 드라마에 대해서 시장에서 역차별을 가하고 있는 부분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단막극 같은 공익적 드라마에는 협찬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방송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주제작사 시각 전혀 달라…"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에게"
그러나 저작권 귀속 문제를 바라보는 외주제작사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사무총장은 "드라마는 기획을 누가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발상을 누가 했는지, 누가 돈을 얼마나 댔는지 배분을 정확히 해서 저작권과 판권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학 프로덕션 박창식 제작이사는 "방송사에 저작권이 귀속되면서 드라마 제작사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송사 위주의 불공정 계약 관행이 계속되고 있고 감독기관에서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을 제작한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 또한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에게 있는 권리인데 KBS가 이를 외주제작사에 '양도했다'고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병준 대표 "자료 부정확"…이강현 PD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
KBS 이강현 선임 PD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의 신뢰도를 놓고도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는 토론에서 "자료에서 간접비(인건비, 장비·시설 등 비용)가 과다하게 책정됐고 국내외 2차 사업으로 인한 수익은 전체가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강현 PD가 제시한 자료에서는 드라마 한 편 당 간접비가 평균 14억 원 안팎으로 계산됐는데 송병준 대표는 "5~6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MBC 자회사인 드라마넷과 iMBC가 본사에서 드라마를 가져갈 때 얼마에 가져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기초자료가 프로젝트별로 투명하게 나와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강현 PD는 "저도 수치상의 오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재반박했다. 간접비에는 HD 편집실 운영 비용, 카메라감독 인건비, 컴퓨터그래픽 제작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PD는 저작권 논란에 대해서도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있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지만 과연 외주제작사가 창작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묻고 싶다"며 "<경성스캔들> 등 KBS 자체 기획으로 준비했으나 제작비 문제 때문에 외주제작사에 주문 생산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8대 2, 9대 1로 나눠도 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KBS의 광고매출은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알아보시면 되고 드라마 제작 직접비는 국회를 통해 유리알 지갑처럼 다 보여드리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권영후, KBI)이 주최하고 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회장 신현택)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