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12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최유경 수석부지회장의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최 부지회장은 지난 3월 11일 TBS라디오 '황현희의 천만의말씀' 여성의날 기념 방송에 출연해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 실태를 증언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속해 있는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가 밝힌 최 부지회장 징계사유는 '회사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다. (관련기사▶파리바게뜨 제빵사, 라디오서 노동환경 말했더니)

3월 8일 TBS라디오 '황현희의 천만의말씀' 여성의날 기념 방송에 출연한 최유경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 (TBS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피비파트너즈는 TBS 방송 내용 중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보건휴가를 반려한다 ▲매장이 노후한 건물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아 화장실이 비위생적이다 ▲주방온도가 거의 항상 30도 이상이다 등 최 부지회장 발언이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연장수당은 점주가 부담한다. 최 부지회장에 따르면 제빵사들은 점주와의 관계 때문에 연장수당을 포기한다. 노동시간이 기존 점심시간 1시간 포함 일일 10시간에서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라 9시간으로 변경되었고, 제빵사들은 연장수당이 점주에게 청구되는 까닭에 점심시간과 화장실 갈 시간을 쪼개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자료인 '2020년 미청구 연장 현황'에 따르면 연장근로 미청구 사례는 점주 거부로 인한 2692건을 포함해 1만 663건 발생했다. 한국노총이 발행한 게시물에는 '점심도 못먹게 업무지시', '퇴근시간에 다차 생산을 지시하고 연장 미인정', '악성점주는 30분 일찍 출근을 요구하며 근무시간을 인정하지 않음' 등의 사례가 적시돼 있다. 해당 사안은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보건휴가 반려'에 대해 피비파트너즈는 휴무일을 먼저 사용하도록 안내한 것일 뿐 보건휴가를 반려한 것이 아니고, 실제 보건휴가를 다시 신청한 사안에 대해 승인해 준 사례도 있기 때문에 최 부지회장 발언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최 부지회장은 지노위에 보건휴가 반려·취소 관련 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최 부지회장에 따르면 전체 제빵사의 80%를 차지하는 여성 제빵사들은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질염, 방광염 등 여성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생리, 여성질환 등으로 보건휴가 등을 신청하려 해도 회사규정으로 인해 휴가가 반려돼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TV)

화장실 상태와 관련해 회사는 360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식약처 위생등급제도를 시행, 1489개 점포가 위생등급을 취득했고 그중 1100개가 최고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최 부지회장 발언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나머지 2100여개 점포는 위생등급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라디오 발언 중 핵심은 남녀공용 화장실도 있어 제빵사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화장실 문제에 대해 회사는 TBS 라디오 진행자 황현희 씨의 파리바게뜨 화장실 관련 발언을 최 부지회장이 부추겨 문제라고 주장했다. 황 씨는 방송에서 "저도 가끔 그 빵 회사 있는 건물에 들어가 '화장실 어디에요'하면 '나가서 돌아가시라' 그런 얘기 자주 듣는데 일하는 분들도 그 곳을 이용하시는 거군요"라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피비파트너즈는 TBS나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에 연락이나 항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방온도가 30도 이상이라는 내용에 대해 회사는 지난해 모든 점포에 대한 개선조치를 시행했다며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최근 30도 이상으로 올라간 주방온도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제빵사가 사용하는 오븐기와 튀김기의 온도는 약 200도다.

피비파트너스는 최 부지회장에 대한 징계수위가 다른 징계사례들보다 높은 이유를 묻는 지노위 질문에 '방송'의 영향력을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지노위는 징계수위의 적정성, TBS 방송분에 대한 기사화 여부, TBS 방송에 따른 회사의 손해 등을 피비파트너스에 물었다. 피비파트너스는 최 부지회장이 SNS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여타 노동자들과 달리 방송에 출연해 발언했고, 방송분이 기사화 되지는 않았지만 위중한 손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다만 손해를 수치화시켜 증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SPC 그룹은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지난 4월 SNS에 작성한 게시물을 '허위사실 명예훼손'이라며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지회장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 <현재 물류 배송이 지연되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SNS에 게재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임 지회장은 SPC GFS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추가 제출할 예정이다.

임 지회장은 1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화물연대 배송기사들이 파업을 하면 파리바게뜨 물류가 각 매장으로 배송되지 않는데 그때마다 '민주노총이 또 파업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온다. 그게 아니라는 취지로 내용을 정리해 올린 것인데 고소당했다"며 "당시 파업은 SPC GFS와 화물연대 지회의 합의 과정에서 물건을 누가 싣느냐를 두고 GFS측이 문제제기 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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