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 첫 심의에 지난해 신설된 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 조항이 적용됐다. 심의 대상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로 다수 의견으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방송소위 위원들은 신설된 조항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5기 출범 이후 첫 방송소위원회가 열렸다. 방송소위원장은 이광복 부위원장이 맡았으며 방송소위원은 황성욱, 이상휘, 정민영, 윤성옥 위원 등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1월 27일 방송분. 초등부 합격자 발표 장면 (사진=TV조선)

지난 1월 7일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서 초등부 부문 출연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수차례 방송됐다. 출연자는 합격자로 호명되지 못하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관련 자막으로 ‘신이시여’, "나도 열심히 했는데" 등이 달렸다. 해당 방송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어린 출연자를 비판하는 댓글이 붙었으며 댓글 작성 기능이 중지됐다.

<내일은 미스트롯2> 심의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 제2항이 적용됐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조항으로 “방송은 어린이·청소년 출연자의 신체적 안전 및 정서적 안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장면을 방송해서는 안되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방송프로그램 참여나 출연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출연자의 연령을 고려해 적절한 보호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던 ‘배스킨라빈스31’ 광고를 계기로 신설됐다. 방통심의위는 당시 적합한 적용 조항을 찾지 못해 고심한 끝에 ‘어린이·청소년은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광고심의 규정을 적용했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윤성옥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제안했다. 윤 위원은 “해당 조항은 어린이 출연자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긴 독특한 조항으로 해외는 어린이 출연자 보호에 관해 국내보다 훨씬 강한 지침과 규정을 가지고 있다”며 “작년부터 최근까지 어린이·청소년 출연자 및 어린이 보호 문제가 중요해졌고 첫 심의사례로 의미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별 문제 아니라고 심의하면 아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는 허용된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며 “추후 방송에서 출연자 보호를 엄격하게 다루도록 환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강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연구에 따르면 아동 시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성인이 됐을 때까지 영향을 받는다"며 “아동이 방송 출연으로 정신적 고통을 마주하지 않아야 하는데 방송사가 아동에게 어떤 보호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다수 위원들의 의견은 행정지도 ‘의견제시’였다. 이상휘 위원은 “아이의 감정표출, 눈물 흘린 부분까지 제재하면 심의 기본 원칙인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아동보호라는 잣대도 중요하지만 심의 결과가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민영 위원은 “경쟁 오디션 포맷상 아이가 감정 제어를 못하기 때문에 나온 장면이다. 포맷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무리”라며 “아이가 울고 있지만 무대 뒤에서 다른 출연자와 심사위원들이 다독여준다는 점에서 해당 조항을 적용해 심의할만한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황성욱 위원은 “포맷 자체가 아동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니다. 해당 조항을 적용해 법정 제재를 결정하면 향후 심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의견제시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광복 방송소위원장은 “어린이를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어디까지나 규정에 따른 심의 측면에서 보면 제작진에게 주의의 뜻으로 ‘의견제시’가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은 다수 위원의 의견에 따라 '의견제시'로 결론났다.

한편 이날 호선으로 선출된 이광복 방송소위원장은 “긴 공백으로 처리되지 못한 방송심의 안건이 상당수 쌓여 있는 반면, 짧은 기간 안에 적체된 안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었다”며 “신속한 처리도 필요하지만 위원간의 충분한 사전 검토와 신중한 논의를 통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기 위원회가 구성되기까지 6개월 이상 공백이 발생해 방송심의 민원이 9619건 적체된 상황이다. 이에 방송소위는 회의를 주 2회로 확대하고 회차당 상정되는 안건 수도 탄력적으로 조정해 3개월 이내 누적된 안건을 모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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