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노동조합(제3노조)가 국민의힘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언론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강화하는 관행으로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MBC 노조가 주장하는 맥락은 이와 달라 주목된다.

MBC 노조는 12일 성명을 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을 결정하면서 야당이 추천한 3명의 이사를 그대로 임명하지 않고, 방통위원들이 마음대로 선별해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3명 중 2명만 방문진 이사로 선임됐으며 이는 정치적 후견주의 관행을 어긴 인사라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철칙처럼 지켜왔던 방문진 이사 선임절차를 무시하고 선발된 방문진 이사는 2017년말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와 동조하여 보직사퇴를 하고 제작거부에 동참했다"며 "이후 친정권적 인사로 분류되면서 2017년 12월 MBC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던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봐도 친여·친언론노조 행보를 걸어왔던 인물"이라며 "부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자진사퇴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임정환 이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는 1986년 MBC에 입사해 베이징 특파원,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거친 뒤 2013년부터 보도본부 센터장으로 재직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2017년 언론노조 MBC본부 '공정방송 파업' 당시 제작거부와 보직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같은 해 사장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임 이사의 지원동기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아 사퇴까지 거론할 일인지 의문이다. 그는 이사 지원서에서 ▲노영방송으로 인한 자정능력 상실 ▲권력비판기능 상실로 인한 공정성·신뢰성 하락 ▲시사·보도 편향성으로 사회갈등 조장 등을 나열했다. 임 이사는 '모니터 위원회'를 구성해 MBC의 '공정 방송'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문진은 MBC의 경영 감독기구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개입은 방송·편성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MBC 노조는 "들리는 말에 따르면 오랜 방문진 이사 선임구조를 깨는 방통위에 대해 야당에서는 선임일정을 연기시키라고 했으나, 야당 방통위원들이 임의로 특정 후보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효재·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현행법상 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좋든 싫은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는 여야가 6대3의 구조로 추천해 결격사유가 없다면 추천인 그대로 임명하는 것이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여야가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합의해 이어온 관례이자 '불문법'"이라고 주장했다.

MBC 노조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 원내행정국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방통위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모른다"며 "방통위원이나 방통심의위원 추천 몫은 있지만 방문진 이사는 관련 없다"고 밝혔다. 임 이사를 비롯해 김도인·지성우 이사가 야권 성향 이사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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