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이미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이었다. 예술 분야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거론되는 집단이 있었다. 예술가를 위한 집단이지만 예술가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 집단에 관한 이야기였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특수를 누리는 업종 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제 막 예술 분야에 뛰어들어 작품 발표를 위해 애쓰는 예술가는 활동할 기회도 적지만-없다고 보면 된다- 지원도 적다. 문학, 음악, 미술 분야도 생계가 어렵지만, 특히 연극 · 공연 분야는 어려움이 더 크다. 공연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예술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고 제한된 삶이 연장되면서 글 쓰는 삶은 더욱 각박해졌다.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전화를 해 안부를 묻다 보면 근심과 한숨만 는다. 앞으로 어떻게 글을 쓰면서 살아갈 것인지 이야기하다 보면 대한민국예술원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예술원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뒷말이 쓰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180만 원이란 월급을 받는다는 말에 그럼 나도 대한예술원 회원이 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고 했다. 대한민국예술원에서 지원하는 창작지원금과 상에 대한 투명성도 제고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예술인을 위해 있는 공적인 조직이지만 사적 조직의 느낌을 가진 부조리한 집단이라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예술원에 대한 문제를 이기호 작가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문예지 ‘악스트’ 7 · 8월호에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문학 분과를 중심으로)’을 발표하며 예술원에 대한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총 여섯 쳅터로 구성된 소설은 제1장 서론으로 시작해 제6장 결론을 끝으로 구성된 보고서 형식의 소설이다. 대한민국예술원의 역사와 현황, 인식 등에 관한 이야기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기호는 지난 18일, 대한민국예술원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과 대한민국예술원법을 개정 요구하는 소리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직접 올리며 공론화했다.

이기호가 소설에서 말했듯이 대한민국예술원은 "예술의 창작·진흥에 공로가 큰 대한민국 원로 예술인“을 문학 · 미술· 음악 · 연극 분야에서 각각 선정하여 우대 · 지원하고, 예술 창작 활동 지원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예술원 회원이 되면 월 180만 원 수당을 받게 된다. 회원이 되면 평생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회원이 되는 방식은 예술원 회원 혹은 예술 단체가 추천한 사람을 예술원 회원 중 출석위원의 3분의 2가 동의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몇 표가 부족하네, 누구에게 전화하면 수가 맞겠네, 라고 말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산도 회원 수당에 집중되어 있으며 청년 예술가 지원사업은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술원 개혁과 예술원법 개정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예술인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원이지만 가난한 예술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예술원이다. 이에 부조리한 대한민국예술원에 대한 해체 요구 목소리가 높다. 물론 대한민국예술원이 해체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해체로 끝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술원을 해체시키겠다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현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예술원이 해체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 이름만 바뀌어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또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쇄신을 하겠다며 이름만 바꾸는 정치조직과 같다. 대한민국예술원이 해체되고 다른 예술원이 조직되어도 조항과 규칙은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에서부터 조항까지 구체적이고, 투명하지 않다면 이름만 바꾼 ‘대한민국예술원’에 지나지 않는다.

며칠 전 예술지원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참여 메일을 받았다. 설문조사를 통해 예술가의 목소리를 지원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도였다. 꼼꼼하게 읽고 체크했다. 설문조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 모르지만 급한 불 끈다는 식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은 절대로 안 된다.

나는 소설을 쓴다. 앞으로도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소설 근본은 휴머니즘에 있으며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준다. 독식은 휴머니즘에 위배 된다. 소설을 쓰면서 적어도 같은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야 한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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