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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만든 ‘경제위기’와 ‘이재용 가석방’[기고]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 승인 2021.08.10 19:55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됐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반(反)기업·반시장으로 치닫던 정부가 모처럼 국민여론을 경청하고 내린 균형 잡힌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은 자본에 기울어진 우리 언론 지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가석방이 결정된 다음날일 10일, 주요 신문사들의 기사를 보면 ‘법 앞의 평등’은 사라지고 오로지 ‘기업할 자유’만이 남은 언론의 현실을 확인할 뿐입니다. 

조선일보  5년 공백끝 복귀 李부회장, 경영 성과로 ‘억울함’ 입증하길
조선일보  삼성, 총수 공백에 미뤄졌던 투자 탄력받나
중앙일보  이재용 ‘반도체 코리아’ 위기 탈출에 전력 투구해야
중앙일보  ‘잃어버린 초격차’ 삼성전자, 투자시계 빨라진다
동아일보  이재용 가석방…초일류 경영으로 국민 기대에 답해야
매일경제  사령탑 돌아온 삼성…투자시계 다시 돌지만 정상경영까진 ‘험로’
매일경제  이재용 부회장 투자 전념하도록 경영활동 걸림돌 없애야
한국경제  사면 아닌 가석방…경제보다 정치적 계산 앞선 것 아닌가
한국경제  ‘삼성 시계’ 다시 돌아가지만…가석방으론 경영활동 제약 많아
한국일보  가석방 결정된 이재용, 경제 활성화 기여해야
세계일보  총수 공백 리스크 털어낸 삼성…대규모 투자·M&A 가속 패달
서울신문  삼성 경영시계 다시 돈다
국민일보  이재용 가석방, 국민과 국가에 보답하는 길 찾아야 한다

반면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입니다.

한겨레    이재용 결국 ‘변칙’ 가석방…”이게 공정인가”
경향신문 ‘법 앞의 평등’ 원칙 뒤흔든 이재용 가석방

심지어 일부 언론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법적 책임도 부정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정권이 이 부회장을 감옥에 보내려 작심했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 성과로 ‘억울함’을 입증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국경제도 사설에서 “이 부회장의 수감 사유가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색 짙은 재판”이라며 “수동적으로 행한 경영행위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덧씌워 장기 수감하는 것이 정의인지 의문”이라면서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주문했습니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의 배경을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제상황과 임기 말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고 했는데요, 경향신문도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명분과 여론의 지지’를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 상황을 자세히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기’와 ‘이재용 가석방’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영업이익은 27%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1분기에 비해 105% 급증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영업이익에서 미국 인텔, 대만 TSMC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메모리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는데,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업계에선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자 자체 메모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반도체 사업에 20조90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일보 7/30)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과 모바일분야(IM)에서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2% 증가했습니다. 소비자 가전(CE)부문도 매출은 1년 전보다 32%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 하반기 반도체 사업을 낙관적으로 내다보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선 경기도 평택 생산라인의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습니다.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의 위기를 사실과 다르게 과대 포장한 것입니다. (중앙일보 7/30)

삼성물산은 2분기 매출액은 18.3%, 영업이익은 78.5% 늘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습니다. 삼성전기도 매출은 40.6%, 영업이익은 230.4% 늘었습니다. (한국경제 7/29)

삼성뿐만 아니라 주요 대기업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3년 만에 분기 매출이 10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38.3% 증가했으며, LG전자는 가전(H&A)분야 매출액은 32.1%, 영업이익은 65.5% 증가해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19.5%, 기아자동차는 924.5%,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1212.2% 영업이익이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적자를 낸 에쓰오일, 신세계는 흑자로 전환됐으며 롯데쇼핑 497.1%(전망),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이 10.7%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동아일보 7/28, 한국일보 7/30)

화학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1.8% 증가했고, 코오롱플라스틱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LG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이 2조2308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며,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도 영업이익률 22.0%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며 효성화학도 전년 동기 대비 1898.3% 증가했습니다. 올해 대표적인 산재발생 기업인 현대제철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95% 증가했고 고려아연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5% 늘었습니다. (국민일보 8/4) 

한국경제는 지난 8월 2일 SK·GS·두산·현대중공업·LG·한화 등 6개 기업의 지주사들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GS는 올 1분기에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배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세배 가까이 늘어난 29곳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경제 8/2)

7월 수출액은 55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 늘었습니다.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65년 만에 월간 최대 기록입니다. 1~7월까지 누계 수출액도 3578억 달러로 역대 최고입니다. (중앙일보 8/2)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기는 대기업이 아니라 일부 취약 업종에 집중되고 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식당, 숙박, 오락 및 문화, 교육, 이미용, 여행 등 대면서비스업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영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입니다. 

동아일보는 8월 10일 <대출로 연명하던 中企 이자 낼 돈도 이젠 바닥> 기사에서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고 보도했습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1244개 중소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은 50.9%로 절반의 기업이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전체 가계 대출 잔액은 700조 원입니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재용 가석방’이 아닌 거죠.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국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경제위기’와 ‘이재용 가석방’은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 ‘신기루’일 뿐입니다. 

언론은 여론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그 어떤 자유보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매우 위험합니다. 언론이 스스로 정치집단화 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불평등이 더욱 커진 우리 사회!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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