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2000여 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모임'이 지난 25일 출범한 데 이어 원로 언론인·언론사 대표·언론현업단체·시민단체·학계 등 100명의 언론계 인사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백지화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 반대 언론계 100인 선언'에서 이들은 "정부는 대운하가 나라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정부가 제시한 사업 계획은 대운하 건설의 목적, 경제성, 비용 등 기본 내용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운하건설을 백지화하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 언론계 100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곽상아

"경제적·환경적 측면 모두 불합격"

이들은 "최소 16조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대운하는 운송 비용과 시간만 놓고 따져봐도 '운송수단'으로서 가치가 없으며 유통·물류업계 관계자 대다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며 "'관광수입' '지역개발 효과' '생태계' 측면에서도 대운하는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에서 제외시키고 뒤에서 몰래 추진하는 등 최소한의 국민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무너뜨렸다"며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여당이라면 최소한 공론의 장에서 대운하 건설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 독재정부와 다름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운하 추진을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듣지 않고 총선에서 이를 의제로 삼는 것조차 기피하고 있다"며 "이는 독재정부의 행태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도 "한반도 대운하는 60~70년대식 토목공사로 21세기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도 "대운하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므로 국민경제에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운하…총선에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대운하가 총선 의제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언론계 진영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의제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미혁 2008총선미디어연대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는 개량주의적·결과주의적 정책의 전형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있는 만큼 언론계에서 이를 의제화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다수의 여론이 별 게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민희 전 민언련 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용'만이 내세워지고 진보·보수 같은 가치와 이념이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개혁진보진영은 대운하 백지화 투쟁을 통해 이 시대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한반도의 모든 물줄기를 다 바꿔버리는 대운하는 이후 환경적으로 재앙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절차가 복잡해 물류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 효용 가치가 거의 없다"며 대운하가 불러올 환경 파괴와 경제적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후대의 몫 착취…사회구성원들의 성찰 필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대운하는 같은 시대의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것을 넘어서 이 땅의 실제 주인인 후대의 몫까지 착취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 구성원들의 성찰을 주문했다.

한편 이번 '한반도 대운하 반대 언론계 100인 선언'에는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성유보 동아투위 위원·전 방송위 상임위원,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 교수,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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