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전문기관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좌초설' 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5일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방지법' 온라인 스터디를 진행했다. 방통위 김재철 이용자정책국장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과방위를 통과해 이제 법사위-본회의 의결을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되고 있어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인앱결제 방지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아울러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 앱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권을 부여하고, 통신분쟁 조정 대상에 앱마켓 이용요금 분쟁을 추가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기존 게임앱에만 적용되던 30% 수수료가 전체 일반앱(수수료 10%)으로 확대 적용된다. 앱개발사업자와 이용자의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에서 규제 입법안이 논의되자 구글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수수료 적용 비율을 다르게 조정하고, 의무화 시기를 내년 4월로 미루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논란은 크게 방통위-공정위 '중복규제' 소지와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이다. 방통위와 과방위는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해 일반경쟁법(공정거래법)보다는 특별법(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규제가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스터디 발제를 맡은 방통위 진성철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앱마켓 부가통신역무는 이용자 개념이 특별하다. 최종 이용자로 제한되지 않고 이용사업자(앱개발사)와 최종 이용자 모두를 규율하고 있다"며 "다중적·다면적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앱 마켓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 전반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간 거래),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등 다면적으로 연결되는 앱마켓 사업의 특성상 산업 특수성에 맞는 특별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진 과장은 "앱마켓 생태계는 앱개발자가 앱을 개발하면 앱마켓사업자에게 심사를 요청해 검색 결과가 노출되고, 이용자가 다운받는 구조"라며 "심사·등록·노출·거래·이용 등이 전부 연결돼 있다. 하나라도 법에서 빠져나가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법령상 일부 중복은 존재하지만 중복규제 방지조항이 있고, 그간 방통위와 공정위가 업무협약(MOU)을 통해 중복규제 문제를 잘 조정해왔다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는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자 행위에 대해 행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으로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례로 진 과장은 2018년 국정감사 당시 과방위와 정무위원회에서 지적된 네이버 부동산 우수활동 제도와 관련해 두 부처간 협의를 통해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을 방통위가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 과장은 금융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타부처 소관 법령에도 공정거래법 중복 여지가 있지만 산업당국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선 규제하고, 이를 적용하지 못할 때 일반법으로 공정위가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왼쪽)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오른쪽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년여 간 공정위·국민의힘 반대로 입법 속도를 내지 못한 인앱결제 방지법은 과방위 통과 이후 '중복규제' 논란 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기사 <[단독] '중복규제' 논란에…결국 좌초된 '인앱결제 방지법'>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법안 처리를 보류하고, 방통위와 공정위 의견을 다시 취합해 상임위 단계부터 수정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은 3일 미 앱공정성연대(CAF)와의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 정책위 차원에서 인앱결제 방지법을 보류한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8월 17일 결산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디지털데일리에 법안 보류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방통위와 공정위 간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진성철 방통위 과장은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의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해 "특정사업자를 규제한다는 내용이 없다. 국내·외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통상문제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선탑제 앱에 대한 법 명시 때에도 통상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인앱결제 방지법이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라며 FTA 위반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미 앱공정성연대는 과방위를 방문해 인앱결제 방지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15개주에서 앱생태계 규제와 관련한 입법이 발의된 상태이며 인앱결제 방지법이 한-미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 애리조나주 하원 레지나 콥 법사위원장은 조승래 의원-인터넷기업협회 주최 컨퍼런스에서 미국에서도 앱마켓 불공정 행위에 대한 입법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통상마찰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이런 가운데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은 지난달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 결제 시스템 일원화로 보안과 환불처리 등 소비자 보호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인앱결제 방지법은 외부 결제 시스템 사용 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보호할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진 과장은 "현행 전자상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 내용이 이미 마련돼 있어 (입법)공백은 없다"면서 "오히려 중앙화된 환불정책이 사실관계 파악 등으로 환불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어 이용자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진 과장은 "특히 악의적인 소비자 환불요청에 대한 앱 마켓 사업자의 일방적인 환불 정책으로 이용사업자(앱개발 사업자)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계약 당사자 지위가 부정확해 소비자 보호가 더 악화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 보안은 엄격하게 관리·감독되고 있다. 인앱결제 외에 결제시스템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근거는 없고, 결국 앱사업자 (결제)선택권 제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이 사실상 법원 1심 판결의 효력을 지닌다는 점을 들어 방통위가 규제권한을 갖게되면 제재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의 전속관할 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이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방통위 제재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방통위 입장을 묻자 진 과장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법체제는 3심제를 두고 있다"며 "방통위 처분에 1심 효력은 없지만, 처분을 받는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본인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진 과장은 "참고로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공정위도 3심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해 황희 민주당 의원(현 문체부 장관)이 발의했다"며 "심급제도에 기업 선호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방통위는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집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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