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안 통과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의·중과실 기준, 열람차단 청구권 등이 문제적 조항으로 꼽힌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대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열람차단 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8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일 기자들에게 “17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된다”며 “문체위 전체회의를 우선적으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8월 본회의까지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리얼미터)

하지만 언론중재법 대안이 통과된다면 언론자유 침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변함이 없다. 5일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되는 ‘고의·중과실’ 기준이 문제로 꼽혔다. 고의·중과실 기준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 위반 ▲정정보도 청구 미표시 ▲정정보도 청구가 있음에도 기사를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기사 제목 왜곡 ▲사진·삽화·영상 등을 통해 기사 내용 왜곡 등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법원의 손해배상 인용액이 낮은 것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민주당이 마련한 언론중재법 대안은 문제가 있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새로운 규정은 불필요하고, 고의·중과실 기준은 모두 삭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고의·중과실 기준이 삭제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대안을 추진하는 진의는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를 법률로 제정하거나 개정할 땐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제시한 고의·중과실 기준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요건으로서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고의·중과실 요건이 불명확하다”면서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다. 민주당이 졸속 입법을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삽화 파문'을 불러온 조선일보의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기사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기사에 일부 허위사실이 있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당사자의 반론을 듣고 3, 4줄만 기사에 담아도 판사는 고의·중과실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승원 의원은 조선일보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삽화 논란' 때문에 ‘사진·삽화·영상 등을 통한 기사 내용 왜곡’ 조항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삽화 관련 기사를 못 봤나”라면서 “그런 사례가 있어 (관련 조항을) 넣은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 위반이 발생할 경우 고의·중과실에 해당한다'는 조항에 대해 “언론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노동환경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현장에 잠입하는 기자들이 있다”면서 “기자들이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사회적 공익이 더 크기 때문에 법률 위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승원 의원은 “기자들이 뭐가 법률 위반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기자에 대한 법률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람차단 청구권에 대해 김승원 의원은 “일반 시민이 부담감 때문에 소송이나 중재를 포기할 경우 피해를 회복시킬 수 없다”면서 “그래서 열람차단 청구권을 채택한 것이다. 열람차단 청구를 하면 언론중재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바로 기사가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승선 교수는 “‘기사 삭제 조치’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며 “열람차단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입법에 대한 영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위축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교수는 정정보도 청구 사실을 기사에 표시하지 않으면 고의·중과실로 여기는 조항에 대해 “해당 기사가 논쟁거리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언론중재위의 정정보도는 청구인과 언론의 권리 다툼이 핵심”이라면서 “단순히 정정보도가 청구됐다는 이유로 표시를 해야 한다면 기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선 교수는 “정정보도 청구 사실을 기사에 표시하게 하는 조항은 ‘전략적 호도 전술’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기사에 ‘정정보도 청구’ 표시가 붙으면 문제가 있는 기사라고 여겨질 수 있다. 언론중재법 대안은 과잉 입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창현 위원장은 “언론을 불신하는 시민들의 정서를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언론 자정 기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벌을 줘야 한다’는 인식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외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민주당이 다른 언론개혁 과제를 추진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안했다면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정치적으로 소비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민주당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대안을 강행 처리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숙의 과정 없이 법안을 처리했다”며 “대안을 만들기 위해선 쟁점을 조정하고 이견을 좁혀야 한다. 표결보다는 합의를 통해 처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선의로 대안을 만들었다고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안을 두고 속도전을 벌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쟁점과 해법> 토론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피디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넷 주최로 5일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자는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발표자는 이승선 교수다. 토론자는 김승수 의원, 김승원 의원, 손지원 변호사, 윤여진 이사, 윤창현 위원장, 황용석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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