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도를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자 보수언론에서마저 인용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4일 중앙일보 논설주간을 역임한 이철호 칼럼니스트는 <위태위태해 보이는 윤석열과 이준석>에서 윤 전 총장의 '부정식품' 발언 논란에 대해 "이번 실언은 이 정도의 역풍에 그친 게 다행이다. 프리드먼에겐 훨씬 극단적인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프리드먼이 고리대금업의 자유를 옹호하고, 매춘과 마리화나 합법화를 요구하고, 불법 이민을 '필요악'으로 여겼다며 "한국에서 프리드먼을 인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스페셜 인터뷰-윤석열 대통령 후보> 영상화면 갈무리 (유튜브채널 '매일경제 레이더P')

이어 이 칼럼니스트는 "더 근본적인 의문은 윤 전 총장이 왜 프리드먼을 인용했냐는 것"이라며 "경제에서 중도를 품겠다면 입에 올려선 안 될 인물이 프리드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리드먼이라는 인용 대상을 잘못 골랐고, 논리 전개가 방향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케인즈나 폴 새뮤엘슨을 인용하는 게 더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학시절에는 케인즈 이론이 대세였지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프리드먼의 책 '선택의 자유'를 추천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8월 4일 <[이철호 칼럼] 위태위태해 보이는 윤석열과 이준석>

이날 서울신문은 <윤석열 '12시간 노동', '부정식품' 발언 그 뒤에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있었다>에서 "단순히 윤 전 총장의 실언이 아니라 프리드먼의 자유지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그의 보수적 경제관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프리드먼은 20세기 중반 정부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며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부활시킨 학자로 꼽힌다"며 "윤 전 총장이 인용한 '선택의 자유'에서 프리드먼은 미국의 1970년대 경기 침체와 소비재 품질 하락은 과도한 정부의 기업 규제에 기인한다며 식품의약국(FDA), 소비재안전위원회(CPSC) 등 규제당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신문은 "프리드먼의 자유지상주의는 ‘시장은 선, 정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신념에 기반하고 있어 현실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며 "윤 전 총장이 프리드먼의 이론을 적용하기 어려운 식품 분야를 예로 든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윤석열 반복되는 실언과 해명, 화법과 "오해"만의 문제인가>에서 "공개 석상에서의 윤 전 총장 발언이 툭하면 도마에 오르고 참모들이 '오해다' '와전됐다' '왜곡이다' 등 해명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신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수차례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주120시간'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 '대선도전은 개인적으로 패가망신의 길' 등 윤 전 총장 발언을 지적하며 "잦은 설화 논란은 국정 전반에 대한 식견이나 정책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사설 <우려되는 윤석열 ‘부정식품’, 최재형 ‘최저임금’ 인식>에서 "논란이 일자 뒤늦게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두 사람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들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라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가난해서 부정식품까지 사 먹는 사태에 이른다면 그건 ‘선택지가 없는 강요’에 불과하다. 그걸 ‘선택의 자유’라고 하는 건 궤변"이라면서 "대선 주자라는 이가 최저임금 인상에 ‘범죄’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아르바이트생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 인상 요구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잇단 구설에 오른 윤석열·최재형, 실수로 넘길 일 아냐>에서 "매번 정치 경험이 일천한 탓으로 돌릴 순 없는 일"이라며 "정치는 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계속되는 실언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두 후보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콘텐츠 부실' 드러낸 윤석열의 실언… "들은 말"해명도 신뢰 깎아>에서 "특히 논란이 일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전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명하는 사례가 자주 반복되면서 '콘텐츠 부족'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기사<"폐기 음식 먹으며 식비 아꼈는데… 편의점 알바 반년, 남은건 '아픈 몸'>에서 20대 직장인, 수험생,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50대, 인터넷 여론 등을 종합해 윤 전 총장 '부정식품' 발언을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은 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제과점, 편의점 등을 운영하시는 분들 중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식품들을 곤궁한 분들에게 드리는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며 "그런 제품이라도 받아 끼니를 해결하는 게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빚었다.

조선일보 8월 4일 <'쩍벌·도리도리' 논란 윤석열, 이미지 컨설팅 받았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윤 전 총장 관련 기사로 <[단독]'쩍벌·도리도리' 논란 윤석열, 이미지 컨설팅 받았다>를 게재했다. 기사의 내용은 윤 전 총장이 3일 이미지 컨설팅을 받은 사실과 동정이다. 기사 말미에 윤 전 총장이 블로거 조은산(필명)씨를 만나 '우직하게 두들겨 맞더라도 KO 노리는 타이슨같은 정치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덧붙었다. 조선일보는 3일 지면에서 윤 전 총장 동정기사 한 꼭지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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