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보통신기술 고도화에 따라 '디지털 노동감시'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디지털 감시 도입 이후 노동통제 강화, 인사상 불이익, 노동조합 활동 저해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디지털 노동감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규제 강화가 요구된다.

2일 진보네트워크(진보넷),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직장갑질119, 노동권연구소,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은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사업장 전자감시에 대한 실태조사 이후 8년 만이다.

(사진=Pixabay)

이들은 지난 5월 12일에서 27일까지 노동자 11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내용은 크게 ▲직장 내 디지털 전자기술 활용 실태 ▲직장 내 디지털 전자기술 도입에 따른 효과 ▲직장 내 디지털 전자기술 도입에 대한 근로자 인식조사 ▲개인정보 보호 실태 및 개인정보보호법 등 4가지 분야다.

2013년과 비교해 인터넷 이용 모니터링, 하드디스크 내용 모니터링, 전화송수신 내역 기록, CCTV, 전자신분증, 지문 등 생체인식,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위치추적 등 노동자 관리·감독을 위한 전자기술 도입이 증가했다. 또한 개인 SNS 모니터링, 업무관련 모바일 앱 설치, PC 작업시간 모니터링 등 신기술이 도입됐다.

노동자 상당수는 직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전자기술이 어떤 목적으로 도입되는지, 수집된 개인정보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고지 없이 설치하는 비율이 20~30%, 설치 후 고지하는 비율은 15~25% 정도로 전반적으로 전자기술 설치와 관련한 사전고지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전 노조 또는 노동자와 사전에 협의한다'는 응답 비율은 10% 정도로 나타났다. 연구단체들은 "이는 근로자참여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근로자참여법은 30명 미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 이외에는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사업장 내 노동자 감시 설비의 설치와 관련해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1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갈무리 (진보넷)

직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 전자기술 필요성과 관련해 전자신분증, ERP 시스템, 생체인식, CCTV 등을 동의한다는 응답은 30~50% 정도였다. SNS, 위치추적, 전화송수신 내역 등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50% 정도다. 8년 전과 비교해 전자기술의 도입에 대한 개인의 부담감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SNS 모니터링과 같이 개인의 사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보수집에 대해 부정적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 내 디지털 전자기술 도입의 증가는 노동자 업무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실 이용이나 휴식 등 근무시간 통제가 강화되었다' 11.6%, '사적 업무를 하는데 눈치가 보인다' 30.8%, '업무량 증가' 18.4%, '회사·상사에 대한 불만 표현이 힘들어졌다'는 14.4%였다. 타났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디지털 감시로 인한 노동통제 강화를 경험한 것이다.

특히 디지털 노동감시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6.2%(중복응답 포함)로 집계됐다. 노동조합 설립이나 조합 활동을 방해하는데 디지털 전자기술이 활용된 적 있다는 응답도 11.2%(중복응답 포함)에 달했다. 연구단체들은 "디지털 전자기술이 비단 개인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노동조합 조직이나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2021 '디지털 노동감시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 갈무리 (진보넷)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은 권리가 있고(58.5%),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58.7%)고 답했다. 또한 노동자를 관리·감독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5.6%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침해를 당한 적 있다는 노동자는 154명( 13.1%)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대체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거나(50명), 주변사람들에게 불만을 토로(70명)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회사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노동자는 19명, 노동조합에 회부한 사례는 12명이었고 공공·민관기관에 신고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한 비율이 2013년과 비교해 오히려 낮아졌다.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에 연구단체들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입괴 감독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노사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반영해 노동감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노동감시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관계 법령을 적용하기 어렵고, 또한 단순 개인정보 유출 분쟁으로 접근해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연구단체들은 개인정보보호와 노동관계 특수성을 반영한 노동감시 관련 특별법 제정, 개인정보보호위-고용노동부 합동 실태조사 및 시정요구, 고용노동부 개인정보 관련 지침 마련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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