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민의힘 대변인을 향해 “젠더 갈등 부추기기는 정치권의 잘못된 행태”라는 비판이 연일 신문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2일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에 이어 3일 동아일보, 한국일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는 사설 <젠더 갈등 부추기기, 제1야당이 할 일인가>에서 “안산 선수를 향한 폭력을 비난하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안 선수의 개인전 우승으로 꺼지는 듯했던 논란의 불씨를 제1야당의 대변인이 살린 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시계방향으로 동아일보, 한국일보의 3일자 사설과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의 2일자 사설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허구적 논란이)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양 대변인이 안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 대변인은 여성 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고 옹호했다. (▶관련기사 : 대변인 감싼 이준석에 "정치리더의 책무 모르는 건가")

동아일보는 “이번 논란은 일부 누리꾼의 황당한 트집 잡기에서 시작됐다”며 “안 선수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일부 집단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통용되는 단어를 소셜미디어에 쓴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극단적 페미니스트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박한 근거로 정치 성향을 단정 짓는 것도 문제이지만 설사 페미니스트라 해도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라고 물었다.

안 선수가 과거 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 남성 혐오적인 단어를 사용했다는 일부 커뮤니티 주장에 대해 동아일보는 “문제의 단어는 남성 혐오가 아닌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안 선수가 사용한 맥락이 남성을 비하하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안 선수를 남혐 용어 사용자로 단정 짓고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 내부의 논쟁거리를 제도권 정당의 공방으로 키운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양 대변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소모적 논쟁을 키운 데 대해 국민의힘은 책임 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3일 <젠더 이슈 이용하는 정치권 행태, 대선이 걱정이다> 사설에서 양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문제 용어를 사용했다면 비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이 글은 안 선수에 대한 혐오적 비방을 이해할 만하다는 취지로 읽힌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안 선수를 사회통념에 반하는 과격한 페미니스트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몇몇 용어로 그를 남성 혐오자로 몰아가는 것은 비슷한 최근 사례에서 보듯 일부의 전형적인 집단 여성 혐오 형태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아도 20대 남성 표를 잡기 위해 젠더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굳이 대변인이 나서서 여성 혐오 세력을 감싸는 것처럼 비칠 발언을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해외 망신까지 사고 있는 안 선수에 대한 몰지각한 공격은 물론이고 이 문제를 정치권으로 끌고 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 모두 문제”라며 “대선을 앞두고 이런 낡은 갈등은 극복도 못한 채 젠더 갈등이라는 또 다른 정략의 수단으로 보태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최지은 문화평론가는 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공당의 수준이 이 정도로 낮아도 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며 “국가대표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다수에 의한 사이버불링을 당하는데 한 사람이 이런 잘못을 했다는 왜곡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가해에 동참하는 행동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 평론가는 “유명한 여성을 향한 낙인찍는 공격이 이뤄지는 것은 그 대상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 성차별주의자들이 ‘페미니스트는 잘못된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감히 우리 기분을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봐라’는 태도로 여성의 언행, 정체성, 존재 자체를 통제하고 싶어서 하는 심리”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일부 언론이 이를 젠더 갈등으로 퉁치는데 이는 일방적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많은 숙제를 남겨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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