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프랑스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언론산업의 독점 구조를 깨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 정책 리포트'에서 진민정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프랑스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Julia Cagé)와 법률가 브누와 위에(Benoît Huet)가 제안한 '정보의 민주화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보의 민주화법'의 핵심은 언론 소유권과 거버넌스의 민주화다. 언론인을 편집 독립성의 '수호자'로, 시민을 미디어의 공적지원 주체이자 소비 매체의 주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비영리 재단'에 의한 미디어 기업 운영과 '미디어 바우처'를 통한 미디어 다원주의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개선책이 제시되는 이유는 프랑스의 오래된 언론지원 정책이 본래 취지와 달리 저널리즘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미디어 시장의 독점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진민정 책임연구위원은 약 30여년 간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독립성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4년 신문법 최초 제정 당시 10개의 주요 미디어 그룹이 경쟁했던 프랑스 신문시장은 20121년 2개의 복합 미디어그룹이 양분하고 있다. 또 유료방송·인터넷·모바일 시장은 3개의 이동통신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미디어그룹 비방디는 2015년 카날플뤼스 그룹 인수 후 CEO의 사적 이익에 뉴스전문 채널을 이용했다. 비방디는 이를 반대하는 종사자들 파업에 직면하자 100명이 넘는 언론인을 해고했다. 비방디는 이 채널의 이름을 '쎄뉴스'로 변경, 극우적 색체가 강한 채널로 탈바꿈시켰다. 프랑스 최대 잡지 그룹 리월드미디어는 지난 4월 자사 과학전문 월간지 '시앙스에비' 구조조정을 단행, 전체 기자의 90%를 해고했다.

진 연구위원은 "이들이 내세운 향후의 잡지 운영은 한마디로 '저널리스트 없는 저널리즘', 즉 저널리스트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싼값에 대체 가능한 뉴스 콘텐츠 생산 구조를 도입하고, 그럼에도 정부의 기존 언론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지원 혜택을 받는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프랑스는 1796년 프랑스 혁명 이후 신문에 대한 특별우편요금을 신설한 이래로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체계를 유지해왔다. 지원 규모는 2020년 회계연도 기준 직·간접 지원 총액이 5억 5천만유로, 우리 돈 7천 4백억원 수준이다. 모든 언론사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시장 독점 구조에서는 본래 취지와 달리 거대 언론사에 지원이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의 소유 지배 구조 현황. 진민정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프랑스 언론의 큰 특성 중 하나는 대부분의 언론이 거대 재벌의 통제 하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정책 리포트 2021년 3월호)

이에 카제와 위에는 미디어 기업의 자본구조를 '신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디어 기업의 자본구조에서 독립성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디어 자본을 재단·기부기금 등 비영리 단체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다. '정보의 민주화법' 주요 독립성 원칙은 ▲언론인-독자 참여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미디어 기업 자본 변화에 대한 언론인의 동의 절차 보장 ▲미디어 기업 경영과 소유지분 투명성 ▲뉴스 퀄리티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기자 수 보장과 뉴스투자 등이다.

이어 카제와 위에는 언론 지원 제도 개혁방안으로 '미디어 독립을 위한 바우처' 도입을 제안했다. 공공재인 뉴스를 시장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공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언론 독립성과 다양성을 위해 지원 주체를 정부에서 시민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카제와 위에는 각 시민들에게 매년 10유로(한화 1만 3500원)이 바우처를 지급하고, 시민들이 자신이 선택한 매체에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저자들은 '정보의 민주화법' 원칙에 부합하는 언론사를 미디어 바우처 적용 대상으로 제한하고, 각 매체가 전체 바우처의 1%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은 정부광고에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특정 언론사가 전체 미디어 바우처의 1% 이상을 받을 수 없고, 독자는 한 언론사에 50% 이상의 바우처를 제공할 수 없다. 형식상 프랑스 논의와 유사성을 보이지만, 정부광고에 제도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 의원 법안에 대해 정책 홍보 등이 목적인 정부광고 본연의 기능이 사라질 수 있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지역·중소매체는 소외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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