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기도청이 도의회의 언론사별 언론홍보비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청은 기업이익의 침해, 정보공개법 위반 등의 사유로 언론홍보비 내역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자료의 제출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은 의회의 자료제출 요구는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권한으로, 경기도청이 정보공개법을 앞세워 공적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가 왜 기업경영 침해를 우려하나"라고 말했다.

경기도청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경기도의회 신정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벌써 5개월 째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는 언제까지 언론홍보비를 숨길 것인가"라고 물었다. 신 의원은 "경기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자료요구권을 무시하고 지방자치법에 따라 도의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조차 뭉개는 건 독단적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3월 경기도청 대변인실, 홍보기획담당관, 각 실·국의 언론홍보비 내역과 도 산하 26개 공공기관의 홍보비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신 의원은 언론사별, 홍보대행사별 집행 내역을 적시해 자료를 제출할 것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청은 대변인실과 홍보기획담당관실 홍보비 내역만을 제출했다. 28일 신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청은 현재까지 전체 실·국-산하기관 홍보비 내역 중 약 3분의 1 정도를 제출했고, 언론사별 집행내역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7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신 의원과 경기도청 간 신경전이 장시간 오갔다. 신 의원은 "언론홍보비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했는데, 입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엉터리로 왔다. 이 상황은 (경기도)집행부가 의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명하겠다던 대변인은 제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대변인실과 소통협치국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박재만 예결위원장 역시 "의원들이 자료요구했을 시 담당 국장이나 실장이 정확히 말씀해 주는 게 맞다. 자료제출이 곤란한 경우 설명을 해 주는 게 맞는데 전화도 안 받고 찾아오지도 않으니 의원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면서 "신속하게 제출해주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청측은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법상 언론사별 홍보비 집행 내역 등을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언론사는 개인기업이다. 기업의 경영상 비밀을 저희가 그냥 제공해 드릴 수는 없다"며 "언론사가 동의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요구하신 자료는 최대한 드릴 수 있는 자료들을 종합한 것"이라며 행정심판법, 행정절차법과 정보공개법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분명한 건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저희는 그것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원용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개인적인 부분은 개인정보법 등이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 의원은 "법제처와 행안부가 '자료제출 요구는 의회의 권한으로써 집행기관이 정보공개법 각 호의 사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긴 의회"라며 "의원으로서 자료를 요청하고 볼 권한이 있다고 법제처와 행안부가 해석했는데, 이걸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도의회가 경기도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행정사무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대변인실의 입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현재 대변인실이 언론홍보 예산에 대해 의회와 의원의 고유권한을 침해함으로써 직권남용, 직무유기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법과 절차에 따라 저희는 제출했다"고 맞섰다.

지난달 17일 열린 경기도의회 예결위에서 민주당 신정현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사진=경기도의회)

신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사 이름을 다 지우고, 실·국-산하기관의 전체적인 언론홍보비 볼륨이라도 알 수 있게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내지 않았다"며 "계속 정보공개법을 들이밀고 있다.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을 때 징계를 할 수 없는 지방의회, 지방자치법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 의원은 언론홍보비 공개가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경기도청측 입장에 대해 "경기도가 왜 기업경영의 침해를 우려하나"라고 반문했다. 신 의원은 "애초 발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기업의 경영 문제는 기업이 신경 쓸 일"이라며 "경기도가 입찰용역을 했을 때 기업 경영 침해 우려로 어떤 기업이 받았고, 어떤 기업이 떨어졌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나. 왜 유독 언론사에게만 그런 근거없는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일부 사례 중에는 홍보비와 관련한 일반 정보공개청구 사건에 대해 지자체가 언론사명, 지급금액, 지급일자, 지급원인 등을 공개하도록 한 재결이 있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경기도 행정심판위는 '정보공개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청구' 건에 대해 이 같은 재결을 내렸다.

이 사건 청구인은 2019년 지자체에 2017~2019년까지의 A시 축구센터 광고홍보비 사용내역과 관련자료를 정보공개청구 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광고홍보비가 집행된 신문사명, 사업비 정산내역, 사용내역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했다. 청구인은 전부공개를 요구하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지자체는 정보공개법상 '경영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는 언론사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의 경우 '취재 정보' 등은 언론자유 침해 등의 문제가 있어 '비공개 정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신문사에 얼마가 집행되었는지'에 관한 정보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정보에 속하지 않고, 언론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공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조례를 통해 언론홍보비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자체도 있다. 전북 익산시의회는 2016년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몇 차례 개정을 통해 현재 '시장은 언론관련 홍보예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각 언론사별, 금액별 집행내역 운용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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