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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의 서울신문 대주주 가능성에 '기재부 책임론'"기재부, 미디어 정책 고민 없이 지분매각 추진"…기재부 소유 지분 '낙동강 오리알' 처지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7.28 08:57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과 보유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기재부가 서울신문 지분 매각 과정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건설자본이 서울신문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판이다. 우리사주조합 내부에서 지분 매각 반대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신문 주주구성은 기재부 30.49%, 우리사주조합 29.01%, 호반건설 19.40%, 자사주 9.96%, KBS 8.08% 순이다. 우리사주조합은 23일 호반건설과 보유 지분을 매각 협상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사주조합원 투표 결과 투표자 56.07%는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한 협상 착수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기재부·호반건설 지분 매입을 추진해 온 박록삼 우리사주조합장은 해임됐다.

(사진=미디어스)

호반건설이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을 매입하면 대기업의 신문사 소유 지분 제한 규제(50% 이하)를 피하면서 서울신문 자사주가 제외되는 의결권 53.4%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지난해 7월 서울신문의 지분을 매각하려고 나서지 않았다면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당시 기재부는 서울신문 지분을 ‘불요불급 자산’으로 규정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기재부는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매입하지 않으면 공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 지분을 매입하려 했으나 매입 방법과 금액 등에서 차이가 커 최종 무산됐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미디어 정책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서울신문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재부는 서울신문 지분을 가지고 조직을 흔들었는데 특별한 고민이 없었다. 단순히 회사 지분을 사고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호반건설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매입하면 기재부 소유 지분은 사실상 처분 불가 상태가 된다. 호반건설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매입하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기업이 수백억을 들여 기재부 소유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적은 것이다. 기재부가 우리사주조합에 제시한 지분 가격은 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측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이번 사건을 알게 돼 당황스럽다”면서 “기재부는 평가된 가격에 따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에 저렴하게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재부 소유 지분이 처리 곤란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우선 호반건설과 우리사주조합의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은 매각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2019년 호반건설이 포스코가 소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매입했을 때 논란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호반건설이 포스코 지분을 매입해 3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대주주에 등극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이 포스코 지분을 매입할 당시 서울신문 경영진은 물론 2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매매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한 강성남 서울신문 기자는 “호반건설이 포스코 지분을 매입하는 걸 기재부가 몰랐을 리 없다”면서 “기재부가 이를 가만히 놔둔 것부터 잘못됐다. 포스코는 공기업적 성격이 강해 지분권 행사를 안 했는데, 이런 지분이 호반건설에 넘어가도록 눈감은 게 (기재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신문 구성원은 “서울신문 내부에선 부정하려 하지만, 서울신문은 정부가 소유한 신문사였다”며 “포스코 소유 지분이 어떻게 호반건설에 넘어가게 됐는지 의문이 남아 있다. 정권 차원에서 서울신문 민영화에 대한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사주조합은 8월 5일 차기 조합장을 선출한 후 호반건설과 지분 매각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호반건설과의 협상에선 편집권·경영권 독립 방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장은 “편집권 독립 보장과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는 호반건설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남 기자는 “호반건설과 협상에 들어가면 편집권, 노동권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적어도 편집이사와 노동이사는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 편집이사와 노동이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권한을 보장받고, 대주주 견제와 노동권 보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는 “편집권 인사는 편집이사·노동이사의 동의를 받고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정도의 구체적인 조건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호반건설과 우리사주조합의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조합원이 지분율 기준 3.5%를 넘으면 호반건설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매매 최종 결정 권한은 조합원 개인에게 있다.

강성남 기자는 “기재부가 지분을 공매하겠다고 하면 우리의 노력이 의미 없어질 수 있다”며 “만약 기재부가 지분 공개 매각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다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는데 외부적인 환경과 조건에 변화가 생긴다면 생각을 바꾸는 조합원들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신문사 대주주 변경에 대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송사의 경우 대주주 변경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문사와 관련된 규제는 없다. 전대식 부위원장은 “신문산업의 위기가 찾아오면서 건설자본이 신문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산업자본이 미디어로 진입하는 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신문산업에 방송만큼의 진입장벽이 있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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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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