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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삽화 파문 진단 "보수언론의 적대문화 발현"[토론회] 격분을 산업으로 만드는 구조, 대안으로 징벌적 손배제 논란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7.23 08:4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의 연이은 삽화 파문이 단순 실수가 아닐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선일보 내부에 잠재돼 있는 '적대 문화'가 파문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조선일보는 성매매 범죄 기사에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 모습이 담긴 삽화를 사용했다. 이후 조선일보가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건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지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개선책 등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디지털 팩트체커 도입, 과거 제작된 삽화 사용 금지, 이미지 점검 의무화 등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2일 조선일보 삽화 파문을 되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 언론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이번 파문은 조국 전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확증편향이 개입됐거나, 기자들의 무의식 영역이 발현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내부에 잠재돼 있는 ‘적대 문화’가 이번 파문의 배경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송현주 교수는 “한국의 보수 언론, 조선일보는 적대 문화에 빠져 있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언론은 보수지배연합의 한 분파로 편입됐다. 보수 언론은 이념과 편향에 따라 피아를 식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보수 언론은 적대 문화를 주도했고, 시장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적대 문화는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이 크다. 격분을 산업으로 만드는 구조를 끊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의미화될 수 없는 영역’이 조선일보 내부에 침투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의미화될 수 없는 영역’은 사람들의 의식 너머에 있는 담론”이라면서 “극우 전체주의, 반지성적 전통주의 등 일간베스트 담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삽화 사태는 ‘의미화될 수 없는 영역’이 조선일보 내부로 들어왔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채영길 교수는 “과거 조선일보를 신뢰했던 건 전문적이고 체계적이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일러스트 파문이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면 마치 1인 미디어를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선일보는 ‘국민 안전’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도 내려놓았다”고 비판했다. 채 교수는 “조선일보의 헤게모니, 담론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논의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옮겨갔다. 삽화 파문 재발을 막기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며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충분히 ‘악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정 정책위원은 “언론사가 스스로 정한 윤리 규범, 가이드라인, 보도 준칙은 매번 무시당해왔다”며 “수없이 반복되는 실수는 언론의 자유보다는 규제의 정당성에 더 무게를 두게 만들고 있다. 언론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반대하고 있는데, 반발을 멈추고 실질적인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과한 실수였고, 악의적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성매매 관련 기사에 조국 전 장관 부녀 삽화를 넣은 것은 위법성의 정도가 크다. ‘언론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태를 더는 봐줄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 합의 정도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무리가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언론사도 더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만약 일반 기업이 불량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존속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제는 언론에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조선일보의 삽화 파문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을 불러올 만큼의 사안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삽화 파문 이전에도 오보로 인한 인격권 침해 사례가 많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연동되면 일반인의 인격권 침해와 공인의 인격권 침해가 혼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의적 보도에 대한 포털의 역할도 논의 한 축이었다. 6기 제휴평가위원회 위원인 정미정 정책위원은 “조선일보 삽화 파문은 제휴평가위 내에서 논의도 되지 않는다”며 “제휴평가위가 심의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제휴평가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의 책임회피 수단이 아니라면 저널리즘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또한 제휴평가위는 자신들의 활동 내역을 투명성 보고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현주 교수는 포털 기사 송고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규모에 따라 포털에 송고할 수 있는 기사 수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속보 경쟁 때문에 언론사의 데스킹이 약화되고 있다”며 “기사 송고량이 줄어들면 언론사의 속보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 현실 가능성은 낮지만, 이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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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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