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애초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발의에 나섰던 구글갑질방지법은 갑작스러운 야당의 입장 변화로 상임위 통과까지 1년 가까운 시일이 소요됐다. 국민의힘이 TBS 감사 요구 등을 이유로 과방위를 한 달 가까이 보이콧 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라는 카드를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의 과정이 남아 있고 국민의힘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회 통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심사를 진행한 조승래 안건조정위원장은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중 한준호 의원 법안을 제외한 6개 법안을 병합해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준호 의원안에 대해 콘텐츠업계가 반대했다. 앱 개발사가 모든 앱마켓에 콘텐츠를 게시해야 하는 '동등접근권'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대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앱마켓 운영에 관한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그동안 과방위 개정안 논의에 '중복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마찬가지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지행위 유형에 '인앱결제 방지법'의 금지행위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왜 규제기관으로 방통위를 추가해 시장의 혼란을 빚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인앱결제 방지법의 내용이 공정거래법상 배타적 거래·경쟁제한·차별금지 행위 등의 내용과 사실상 일치한다며 "결국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건지, 강제한 건지 등 주관적 요소들을 별도로 입증·심의·제재해야 하는 사후규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법의 중복규정이고, 방통위를 하나 더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 효과, 의도와 목적 등 어려운 요건들에 대한 입증과 법리적용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으로 공정거래법상 수많은 기준과 법리, 심결례 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동일한 법 위반 행위가 있는데 법리 기준에 있어 공정거래법 기준을 쓸 건지, 앱마켓에는 고유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방통위로부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왜 같은 기준을 두개 기관이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다르다면 앱마켓 사업자는 다른 기준에 따라 두 개 규제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게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정위와 방통위 양쪽 다 조사하는건가. 중복문제에 대해 조정을 해보지는 않았나"라고 묻자 김 부위원장은 "서로 맺은 업무협약이 있지만 한계가 있어 한 부처가 조사하겠다고 결심하면 업무협약은 구속력이 없다. 어느 기관이 먼저 조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기관 간 경쟁도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구글 플레이스토어 로고(사진=미디어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54조에 따라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자 행위에 대해 행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으로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이미 규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정필모 의원 지적이 이어졌다. 정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양 기관이 서로 기밀을 유지하다 보면 이중조사 여지는 있지만, 그 정도는 사전에 부처 간에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별 충돌없이 돼 왔는데 일부 추가된다고 해서 굳이 충돌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불편한 얘기이기는 하나 (공정위에서)심결례가 쌓여 있다는 말을 했는데,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조금 느슨하게 해온 건 사실이나 그 이유는 신생사업자였기 때문"이라며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규제를 자제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플랫폼 사업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규제들은 도입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의원 발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상혁 위원장은 "이 부분을 종래의 일반경쟁법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가 '방통위는 빠져라'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규제수준이 다를지 몰라도 방통위도 규제권한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방통위는 플랫폼과 앱마켓 사업자에게 일관되게 현실에 맞는 규제수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산업 수준에 맞는 규제를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래 안건조정위원장은 "안건조정위의 최종판단은 특정 결제수단 강제와 다른 앱마켓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행위는 전부 연결돼 있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방통위가 기술적인 부분을 조치한 뒤 독점적 부분을 공정위에 조사의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그간 여러차례 걸쳐 비판해도 독점적 사업자가 끄떡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법적 신설조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분야는 특수한 형태의 횡포 문제로 통상적인 공정위 접근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인앱결제란 앱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앱마켓사업자가 만든 시스템에서 결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기존 게임앱에는 30%, 일반앱에는 10% 수수료를 적용해왔지만 지난해 인앱결제를 콘텐츠 전반에 확대적용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일반앱 수수료 역시 30%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앱통행세'로 불리는 앱수수료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적용으로 인상되면 앱개발사업자나 이용자들에게 즉각적인 비용부담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 불참한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어 "민주당은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한 나머지 무모한 졸속 처리를 감행했다"고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일각에서는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 앱 개발자의 경우 구글을 통해 판매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 공정위의 규제에 과잉·집중 규제라는 의견, FTA 위반 소지 등 통상문제 발생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IT업계에서는 쟁점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편,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 철회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온라인플랫폼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등이 국민의힘 과방위 불참으로 제 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민생을 해결하는 것이 국회다. 야당은 정치 이전에 민생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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