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주요 방송사들이 2021 일본 도쿄올림픽 중계에 나서면서 방송계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무임금’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올림픽 중계 때문에 정규 프로그램이 결방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프로그램 방영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월드컵·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 중계가 편성되면 일부 프로그램이 결방되는데, 이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실제 방송스태프지부가 1일부터 11일까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3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3.5%가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때 임금 미지급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와 관련해 방송스태프지부는 20일 성명에서 “방송업계는 특별편성으로 (정규 프로그램을) 대체한 후 용역계약이나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작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이미 노동을 했음에도 미방영 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관행이 (방송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스태프지부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특별편성으로 정규 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된 후에도 예비용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설문조사 응답자 63%는 “프로그램이 결방돼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무임금 기간에도 무휴식으로 지속적으로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며 “이렇게 일하는 방송스태프 비정규직들은 다수가 청년노동자다. 방송사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무보수 노동과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빈곤계층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는 “가장 큰 원인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방송스태프에 대하여 근로계약이 아니라 프리랜서, 개인 도급, 무급계약 형태로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며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비정규직 PD, 작가들은 한 번의 결방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신성시하면서, 정작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스태프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방송계의 현실”이라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방송에 대한 열정을 무료노동으로 착취를 주도해온 것은 공영방송인 K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다. 이러한 악습은 대부분의 종편 방송사들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도쿄올림픽 등 방송사의 사정으로 결방되는 프로그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의 스태프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방송사가 비정규직 제작진들은 쓰다 버릴 수 있는 소모품 취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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