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냐, 반정이냐.'

'친정연주냐, 반정연주냐'의 줄임말로 최근 KBS의 내부 구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퇴진 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KBS는 KBS대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KBS PD협회(회장 양승동)는 지난 28일자로 발행한 <KBS PD협회보>에서 현재의 KBS 상황을 주제로 한 이창형 기술인협회장, 이도영 경영협회장, 김현석 기자협회장, 양승동 PD협회장의 긴급좌담을 중계했다.

▲ 3월28일자 < KBS PD협회보>.
이도영 경영협회장은 "수신료 인상과 방통위원장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는데 그 과정 속에서 친정, 즉 정연주를 옹호하는 세력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싸움의 성격이 전혀 다름에도 반정에 집중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전부 친정으로 몰아간다. 포커스를 흐리는 행위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형 기술인협회장 또한 "정 사장의 공과는 분명히 지적해야 하지만 그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신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을 정연주를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영효율 개선 노력 부족"…"정 사장만의 책임은 아니야"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정 사장의 경영역량을 묻는 질문에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솔직히 정 사장이 경영은 잘 했다고 보지 않는다. 방송환경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식견이나 직관을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경영효율 개선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도영 경영협회장은 "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 윤명식)이나 노조의 주장이 일정 부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오로지 정 사장의 책임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과 팀제 실시 등 조직개편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창형 기술인협회장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적자 편성을 해왔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적지 않다"며 "적자가 나면 수신료 인상이 조금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조금 안일한 정치적 판단이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도영 경영협회장은 "최대효율을 내기 위해 혹시 누수되는 것이 없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체크해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이 지속적이지 못했던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이창형 기술인협회장 또한 "팀제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권 들어설 것"…"문제는 총선"

이들 협회장들은 향후 KBS의 정체성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KBS 직원들, 특히 정 사장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섰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정권은 KBS나 공기업에 대해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므로 감사원에서는 KBS의 비효율성과 방만함을 집중적으로 지적할 것이고 그를 기점으로 KBS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얼마나 강하게 올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과제가 산적해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형 기술인협회장은 "문제는 총선"이라며 "집권 여당의 의석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충격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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