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한국 정부 측 책임을 묻고 나섰다.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청와대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일본 정부의 무성의하고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정상회담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양국은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누었다. 하지만 (역사 현안을)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과 일본 정부의 대응이 ‘그 밖의 제반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소마 공사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했지만 그를 경질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소마 공사의 발언은) 용납하기 어렵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20일 사설 <대통령 방일 무산으로 확인된 최악의 한·일 관계>에서 “악화된 여론을 무릅쓰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을 것이 확실시되는 속에서 일본행을 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게 2018년 10월의 일”이라며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 문제를 정치적·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정부·여당의 고위층이 ‘죽창가’ 운운하며 반일 감정을 선동해 한·일 갈등의 수습은커녕 악화를 부추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책임을 떠밀기 위한 비난전에만 열을 올리고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다”며 “이 모든 원인이 쌓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20일 칼럼 <문 대통령 방일 무산 유감>에서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대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에)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남 칼럼니스트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 장본인이 문 대통령”이라며 “그랬던 그가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이유로 도쿄올림픽에 안 간다면 또 한 번의 내로남불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위안부 합의 파기 문제로 한·일 관계가 험악했음에도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2018년 10월 대법원 대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한겨레는 사설 <한일 정상회담 끝내 무산, 일본 ‘관계 개선’ 의지 있나>에서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일본 정부가 ‘한국이 강제동원 문제 등의 해법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며 “가해자인 일본의 고압적인 태도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국 정부는 ‘저자세 외교’라는 국내 일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에 협의 내용을 계속 흘리면서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을 향해 무례한 망언을 한 소마 총괄 공사에 대해 합당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최근 일본 정부의 모습에선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끝내 무산된 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유감스럽다>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협상 과정에서 보인 일본 정부의 무성의하고 고압적인 태도”라며 “한국은 과거사 피해자임에도 양국 간 관계를 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일본은 매번 ‘한국이 먼저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으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한·일관계의 악화일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도식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성의 있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회담 무산으로 한국민의 마음이 한층 더 불편해졌음을 일본은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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