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1971년에 필자는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어쩌다 아파서 하루 학교를 안 가면 그렇게 좋았다. 언제 아팠냐는 듯 신이 나서 놀면 어른들께 정말 아팠던 게 맞냐고 지청구를 들었다. 한 반에 6, 70명은 예사였던 시절, 전체 인구 중 어린이의 비율이 42.1%였던 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2020년 7월 1일 기준 한국의 아동 인구 비율은 12.2%, 세계 여러 나라 중 꼴찌다. 이제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립고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일 년 동안 등교 한 날이 평균 42.2일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이 시대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듯, 디지털 환경이 그들의 요람이 되었다. 그렇게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덮쳤다. 과연, 오늘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EBS <다큐프라임>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주목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다.

코로나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는

EBS 다큐프라임 <아이> 2부 ‘어린이는 오늘도’ 편

디지털 네이티브라 해도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주어진 디지털 환경이 다르고, 그 환경과 함께 저마다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열 살 소연이는 전학을 왔다. 그런데 새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채 사귀기도 전에 '온라인 수업'의 상황을 맞이했다. 새 친구들을 사귈 생각에 부풀었는데 실망이 컸다. 줌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첫 주, 밤 9시가 되어서야 하루치 수업을 끝낼 수 있었다. 지난 인생의 반(?)을 춤과 함께 보냈다고 자부하는 소연이에게 홀로 집중해야 하는 수업은 언제나 하품과 함께다.

아이들도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다. 42.2%의 아이들이 친구들을 못 만나서 우울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울해하고만 있을 아이들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답게 아이들은 화상 통화로 친구들과 대화한다. 현우(11), 영우(7) 형제도 그렇게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그림판에 함께 그림을 그리고 공유한다.

5학년 서은이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방을 만들어 소통한다. 나이 불문, 서로 이해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서은이의 '베프'는 15살 남자 '누구세요'님이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들이 30여 명 정도 된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 2부 ‘어린이는 오늘도’ 편

물론 늘 온라인에서 '벗'만 만나는 건 아니다. 착한 척하다 뒤로 이상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도 조심해야 한다. 개념 없는 초딩이란 구박을 받기도 한다. 아이에게도 '인성'이 있다고 또박또박 말하는 서은이의 주장 속에 담긴, 어른의 태도 대한 아쉬움. 그런 서은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16.7%의 아이들이 평균 1주일에 1~2회 정도 욕이나 모욕적 표현에 노출된다.

디지털 세대답게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우정을 창출해 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사람이 그립다. 전체 응답자 중 36.3%의 아이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이제 형제들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그래도 '학교 가던 옛날이 좋았다'고 답한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가 좌절된 아이들은 대부분 보호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대화를 많이 하는 게 꼭 사이가 좋다는 건 아니다. 부모님마저 직장을 다니면 상황은 더 어렵다.

아이들의 답처럼 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전문가는 말한다. 아이들의 성장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겪어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학교라는 사회에서 자신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울타리에서 한 발자국 세상으로 나온다. 하다못해 함께 문구점도 들락거리며 세상을 알아가고 커가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란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 2부 ‘어린이는 오늘도’ 편

하지만 코로나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태권도 관장님은 예전에는 한 시에 태권도에 와서 5시가 되도록 '놀다'가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학원이다 공부다 점점 바빠져서 놀 시간이 없어졌다고. 그런데 코로나가 바로 아이들의 '놀' 시간을 돌려줬다. 해야 할 것들만 해놓으면 이젠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58.2%의 응답자가 놀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아침을 먹는 시간이 조금씩 늦춰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는 '과연 나쁠까?' 반문한다. 그동안 출근하는 부모님 때문에, 혹은 학교에 가야 해서 먹고 싶지 않았는데도 밥을 먹던 아이들에게 코로나가 여유를 주었다.

이렇게 EBS 다큐프라임 <아이> 2부 ‘어린이는 오늘도’ 편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존기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못 가고 그래서 친구들도 직접 만날 수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줌으로라도 친구들을 만나고 형제들과 친구처럼 논다. 무엇보다 늘 시간에 쫓기던 아이들에게 '시간'이 생겼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 2부 ‘어린이는 오늘도’ 편

어른들은 여전히 '요즘 애들은' 하며 다음 세대를 못 미더워 한다. 최재천 교수는 말한다. 인류는 진화의 마지막 단계를 뛰어넘어 타인을 신뢰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거대한 익명 사회를 만들어낸 굉장한 힘을 가졌다고. 그렇듯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주어진 두뇌 자극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세대보다 빠른 속도로 지적 적응을 해가고 있는 세대, 당연히 전 세대보다 똑똑할 것이라고 최재천 교수는 장담한다.

그러기에 늘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 세대는 무조건 이전 세대보다 훌륭하다고 단정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류는 지금까지의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화'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우리는 아이들을 보며 어느 한편의 잣대로 규정하려고 한다. 학교를 가지 못해,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문제가 있을 거라는 식이다. 하지만 <다큐프라임>은 그런 우리 시대 어른들의 우려에 대해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라 말한다. 멈춰버린 세상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놀고 배우고 새로운 재미를 찾고, 서로 의지해가며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평생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과 달리, 초등학교 6학년만 되어도 자신의 꿈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아이들. 그들은 오늘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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