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여야 합의를 100분 만에 번복해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자 언론과 대변인을 탓했다. 언론이 속보경쟁을 한 탓에 합의내용이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의 합의 번복은 기정사실로, 주요 언론에서는 성향을 막론하고 국민의힘 리더십 위기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13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통화에서 "대변인 발표 때도 보면 각 당에서 협의를 통해서 구체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속보 경쟁 속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만 나가고 그게 여론이 굉장히 강하게 반응한 것 아닌가 싶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이 대표는 "원래 대변인까지 같이 배석해 4인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저랑 송영길 (더불어민주당)대표가 식사를 하고, 저희가 얘기한 내용을 옆방 대변인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며 "그러다보니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체가 대변인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 내용과 고민들을 전달하기 어려웠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서며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오른쪽)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2일 밤 8시경 여야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는 양당의 수석대변인을 통해 일치된 내용으로 발표된 것이다. 선별지급을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 기조와는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에 기자들의 확인질문이 이어졌고,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를 오늘 합의를 한 것 같다. 말 그대로 그렇게 해석하시면 되겠다"고 확인까지 했다. 이에 언론을 통해 속보가 나갔던 것이다.

당내에서 즉각적인 비판이 일자 수석대변인 브리핑은 100분만에 번복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손실을 두텁게 우선 보상하는데 합의를 한 것이고, 전국민 대상 확대는 남는 재원이 있으면 '검토'의 영역에서 합의를 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뒤바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당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난 후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고 합의를 부정했다.

14일에는 '합의'가 아닌 '공감대 형성'으로 애매한 해명이 이어졌다. 황보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합의했다는 속보가 결론적으로 오보인건가'라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공감대 형성이었냐, 합의였냐는 문제인데 실질적으로 서로 공감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황보 대변인은 "송영길 대표가 어려움을 많이 얘기한 것 같아 저희가 '추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줄 수 있다' 브리핑한 것인데 기자들이 쓰는 과정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방점이 찍힌, 뭐랄까 '전달의 온도차가 있었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 대표가 입장 번복을 해명하며 그 원인을 대변인의 전달 과정 실수와 언론의 속보 경쟁으로 돌린 것도 구차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코로나 피해 계층의 손실보상 규모와 지원 범위를 두텁고 넓게 하되,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지급한다는 대표 간 합의는 두 당이 우선시하는 정책 목표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차를 둠으로써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비판해 온 국민의힘 강경파가 합의안을 강하게 비토하면서 합의 자체가 휴짓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현안에 접근하는 태도 또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쿨'하다는 이준석, 대형 위기 앞에선 당당하지 못했다>에서 "이 대표의 '남 탓'은 또 다른 비판을 샀다"며 "대변인의 역할은 전달자인데 여야 대표가 합의하지 않은 것을 불쑥 말할 수 있었겠느냐. 책임을 떠넘기는 건 이 대표의 평소 모습과 다르다"는 당 대변인을 지낸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최근 들어 이 대표의 리스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며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주장과 반중정서를 자극하는 언론 인터뷰 등으로 국민의힘은 연일 시끄럽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자체로 대단히 실망스럽고 공당으로서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합의문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정치를 희화화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보수언론에서도 이 대표 합의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30대 제1야당 당수의 취임을 추켜 세웠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제1야당 대표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다. 이번 일은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실수가 잦으면 무능이 된다. 청년 대표에 대한 커다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짐작건데 첫 여야 대표 회동이니 뭔가 성과를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욕이었고 성급했다"며 "진정한 문제는 아런 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여가부·통일부 폐지와 작은정부론으로 이어진 이 대표의 이전 주장에 대해 "정부부처 18개 가운데 가장 작은 예산(1조원대)을 쓰는 두 부처를 없애자면서 정부 효율성 운운하는 건 면구한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젠 자신을 돌아볼 때가 됐다"며 "정치관이 이 대표의 원맨쇼가 돼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표와 송 대표를 함께 지적하는 방식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자체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국민 지급 논의가 정부·여당 내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만큼 오히려 민주당 비판에 치중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宋-李의 경솔한 합의와 번복…혼란에 빠진 재난지원금>에서 "민주당은 어제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걱정인데 제멋대로인 정치권을 참고 보기도 힘들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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