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과거에 종종 발생했던 권력기관 사칭 취재가 다시 등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MBC는 9일 '뉴스데스크'에서 “본사 취재진이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취재진 2명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는 12일 외부 위원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9일 MBC '뉴스데스크' (사진=MBC)

MBC 기자 2명은 지난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지도교수가 살던 집을 찾아가 주차된 차량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기자는 현재 거주자에게 “경찰”이라며 전에 살던 지도교수가 어디로 이사갔는지, 집 계약은 언제 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총장 측은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공무원자격 사칭죄’ 또는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라며 10일 MBC 취재진을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형법 118조는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그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에 취재 과정에서 공직자를 사칭한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2002년 KBS <추적 60분> PD가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의혹 사건 취재 과정에서 당시 수원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언론단체들이 “공익 목적을 위해 보도한 현직 언론인을 구속 기소한 것은 심각한 알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지만 해당 PD는 1심 벌금형에 이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MBC 기자가 학생을 시켜 수업시간을 몰래 촬영했다가 해당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는 일도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2002년 5월 25일 <희망없는 교실> 보도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의 현실을 비판하며 한 실업계 고등학교의 수업 장면을 내보냈다. 이후 MBC 기자가 한 학생에게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가방을 전달하고 몰래 촬영하도록 한 것이 밝혀지며 해당 학생은 따돌림을 당했다.

1998년 한국일보 기자가 강남 고액과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경찰 간부 부인에게 경찰이라고 사칭했다가 문제가 됐으며, 같은 해 국민일보 기자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수사검사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프린트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1994년 중앙일보 기자는 검사를 사칭해 취재원 집에 들어가 관련 서류를 챙겨온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죄는 인정하지만 취재 관행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최근까지 권력기관 사칭 취재가 드러나 문제된 적은 없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공직 사칭,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수사 공무원 사칭은 사실상 실제 취재 관행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가게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서 취재하면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는지, 누군가에게 취재를 위한 전화를 할 때 기자라고 무조건 신분을 밝혀야 하는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번 MBC 사건과 관련해 “뜻밖이었다”며 “대단히 고도의 공익적 필요가 있을 경우, 핵심적 사안을 파악할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등에는 제한적으로 법을 어기더라도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판단을 기자나 PD 개인이 자의적으로 내리는 것은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공익성에 따른 면책을 받기 어렵고 사회적인 명분도 부족하므로 언론사 내부의 지휘 계통을 거쳐 그런 취재의 필요성을 보고하고 숙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이런 결정은 실무 담당자의 손에 맡겨 놓으면 당장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에 공직 사칭이든 뭐든 감행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꼭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조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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