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관련 뉴스를 전하는 오늘자(31일) 아침신문들의 분석은 대략 비슷하다. 무게중심의 차이는 있지만 ‘총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런 분석은 현실감이 다소 떨어진다. 대운하는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기 이전에 이미 대선 전부터 ‘논란거리’였고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총선 후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 역시 현실감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현실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자(31일) 경향신문이 사회면에서 “한반도 대운하 주변 땅에 투자할 것을 꾀는 ‘텔레마케팅(전화 판매)’이 한창”이라고 보도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한반도 대운하 재검토하라던 동아 조선 … 지금 입장은?

▲ 경향신문 3월31일자 14면.
총선 후 여론수렴 거쳐 추진 여부 결정하기 전에 이미 전 국토는 부동산 투기화가 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운하는 이미 ‘로또 상품’처럼 인식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미적거리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 대운하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아침신문들의 보도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이미 대운하와 관련된 찬반논쟁이 벌어진 지가 수개월이 지났고, 이 과정에서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미 상당수 제출됐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운하 반대의견이 높게 나오고 있고, 대학교수들까지 대운하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하는 등 반대여론이 거세다. 이쯤 되면 언론들이 나서서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 정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경향과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대운하와 관련해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따라가는 정도에 그친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미 대운하와 관련해 일부 유력지들은 반대입장을 천명하고 재검토까지 주문한 적이 있다. 사설까지 동원해 ‘재검토 주문’을 했을 정도니 대운하와 관련해 이들 신문의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 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음과 같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72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 ‘신혼부부에게 해마다 새 주택 12만 가구 공급’ ‘서민들의 주요 생활비 30% 절감’ ‘12조원 감세’ 공약 등도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 (조선일보 2007년 12월24일자 사설 중 인용)

“핵심 문제는 사업 타당성이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계절별 강수량 차가 커 갈수기(渴水期)에는 배를 띄우기 힘들다 …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했으니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고속도로 철도 연안해운 등 대체운송 수단이 다양해 대운하가 관광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2012년까지 경부운하 건설 과정에서만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다.” (동아일보 2007년 12월24일자 사설 중 인용)

▲ 동아일보 2007년 12월24일자 사설.
조선 ‘야당 문제제기’ … 동아는 사안 축소

사실 강도 면에서 보면 동아일보가 훨씬 대운하 반대가 셌다고 볼 수 있다.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 직후 이 같은 기조를 보인 동아 조선이라면 지금 시점에서는 훨씬 강도 높은 대운하반대 입장이나 비판 칼럼 또는 사설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동아 조선이 이미 수개월 전에 재검토하라고 ‘주문’한 내용인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여전히 ‘국민여론 수렴 뒤 추진여부 결정 운운’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 조선일보 3월31일자 1면.
하지만 동아 조선, 어찌된 영문인지 조용하다. 오늘자(31일) 조선일보는 야당이 대운하 반대를 총선 쟁점화 하고 있다면서 1면에 ‘걸치기’라도 했는데, 동아는 대운하와 관련해 여야가 주말 내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면서 이를 8면에 ‘슬쩍’ 올렸다.

거의 대다수 신문들이 ‘남북관계의 불투명성’과 ‘대운하 논란’을 1면에 배치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보도태도다. 입장이 바뀐 건가 아니면 곤혹스러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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