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한상혁)에서 방송법상 대기업의 소유제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대기업 기준인 자산규모 '10조원'이 한국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방송사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한 호반건설과 삼라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호반건설은 광주방송(KBC) 주식 39.59%, 삼라는 울산방송(UBC) 주식 3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현행 방송법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한 여론독점을 막기 위해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KBC·UBC로고(사진=미디어스)

방통위는 삼라에 대해 올해 12월 31일까지 울산방송에 대한 지분을 10% 밑으로 낮추거나,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 지정상태를 해소하는 방법 등으로 방송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도록 명령했다. 삼라는 울산방송 주식 매수자를 물색 중이다. 주식매도계약을 체결해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호반건설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유예했다.

일부 방통위원들은 방송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GDP의 0.5%로 대기업 기준이 변경돼 시행되면 조금 더 유연성이 생기겠지만 방송법에 10조원 규정이 그대로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더라도 10조원 수준이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방송법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우리 국내 경제규모에 비해 낡은 규제로 하루빨리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위원장은 "강력한 소유규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내부적으로 준비를 해야하고, 또 논의를 이끌어 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 대기업으로 지정된 네이버가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지분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을 당시에도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대기업 기준 완화 주장이 있었다.

당시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2008년부터 '10조' 기준인데, 지금 40개가 넘는 기업이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한국경제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네이버뿐만 아니라 호반건설은 일부 주식을 팔고 나와 전자신문을 매입했고, 울산방송도 그런 상황이다. 연말이면 SBS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대기업 기준이 방송시장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별개로 우리가 검토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고, 안형환 상임위원은 "방송법 기준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몸은 커졌는데 옷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울산방송 최대 지분을 인수한 삼라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정에서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기는 등 방송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그룹의 자산총액이 올 연말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6월 TY홀딩스 체제로 전환하면서 방통위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정에서 '자산총액 10조원을 안 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태영그룹의 2019년 자산총액은 9조 2천억원에 달한다. TY홀딩스 전환 이후 태영그룹 측 입장은 방송법 시행령 규제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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