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한국경제·매일경제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 신뢰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기사”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임단협 요구를 “생떼”라고 표현해 제재를 받았다.

한국경제는 지난 5월 11일 <1년 새 공시가 수십~100% 넘게 올라…“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 기사에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70.25%)은 물론 서울 노원구(34.64%) 등에서도 공시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며 “공시가격을 수십~100% 상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비판한 전문가 의견과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제목의 “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는 표현이다. 한국경제는 해당 발언을 큰따옴표로 처리했으나 기사 속 인터뷰에는 해당 발언이 없었다. 기사 속 인터뷰이가 하지 않은 발언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문윤리위는 6월 회의에서 “‘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는 제목은 내용과 거리가 멀다”며 “편집자가 기사 본문에도 없는 내용을 제목으로 달아 기사를 왜곡·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사는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 신문의 신뢰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5월 27일 <임대사업 稅 혜택 줄였더니…전·월세 2만 6천 가구 사라져> 기사에서 국토연구원의 ‘민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제도의 성과 점검과 개선방안’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국토연구원은 다주택자 세제를 강화한 7·10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전·월세 2만 6천 가구가 축소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일경제는 제목에서 “전·월세 2만 6천 가구가 사라졌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신문윤리위는 “기사에 따르면 이는(전·월세 2만 6천 가구가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고서는 전·월세 주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을 뿐이다. 이미 줄었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이러한 제목 달기는 기사 내용을 과장·왜곡하는 것”이라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임단협 요구사항을 ‘생떼’라고 표현해 주의 제재를 받았다. 서울경제는 5월 21일 <“모든 미래사업 국내서 하라”…현대차 노조의 ‘생떼’> 기사에서 “노동조합이 사측에 배터리 등 미래차 핵심 부품과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신성장 사업을 모두 국내에서 연구·생산할 것을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대차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구일 뿐 아니라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썼다.

이에 대해 신문윤리위는 “‘생떼’는 ‘생억지로 쓰는 떼’를 말한다”며 “사측의 미래사업 계획에 대해 노조가 ‘고용 보장을 위해 미래사업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생떼’라는 표현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노조가 노사협상에서 고용 보장이나 임금 인상 등을 위해 특정 주장을 하는 것은 정당한 노조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언론이 노조의 주장을 ‘생떼’로 비판하며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듯한 제목을 단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고 손정민 씨 사건을 보도하면서 손 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표현을 기사에 사용한 12개 언론사가 주의 제재를 받았다. 서울신문은 5월 18일 <16가지 해명에도 시민들 물음표…손씨 아버지에 동화돼 분노> 기사에서 “기억이 안 나는 머리로 어떻게 의대를 갔느냐”, “증거인멸을 다 끝내고 이제서야 기어 나오는 것이냐”, “불리한 건 모른다고 하고 유리한 건 말이 많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기사에 담았다.

신문윤리위는 “근거 없는 의혹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A 씨를 범인으로 몰거나 암시하는 듯한 네티즌의 반응을 검증 없이 전달한 보도 행태”라며 “A 씨는 피고인도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일 뿐이다. 그런데도 언론이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의심 뒤에 숨어 언론의 기본인 사실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여론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월간조선 기사 화면 갈무리)

월간조선은 손정민 씨 어머니 단독 인터뷰를 메인화면에 수일간 노출했다. 월간조선은 ▲실종 후 사고·납치 가능성에 백방으로 찾아다닌 부모, 그러나 사건의 열쇠는 바로 정민 씨 옆에 있었다 ▲현장에 있었으면서 ‘기억 없다’며 꼭꼭 숨은 A 씨, 그의 집안과 변호인의 정체는? 등을 부제로 달았다. A 씨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꼭꼭 숨은 A 씨’ ‘집안과 변호인의 정체’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혹을 부추긴 것이다.

또한 월간조선 기자는 손 씨 어머니가 “A가 이제라도 제대로 얘기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용서할 수 없어요”라고 답했다면서 <용서할 수 없다>를 중간제목으로 뽑았다. 국민일보,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부산일보 등은 월간조선 인터뷰를 인용보도하면서 "용서할 수 없다"를 제목으로 달았다.

신문윤리위는 “A 씨와 가족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은 손 씨 부모의 느낌이나 추정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자는 A 씨가 진실을 숨겨왔다고 보고 어머니에게서 이 같은 발언을 이끌어 낸 것이다. 월간조선은 나름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주장했지만, 이 보도로 인한 여파는 컸다”고 설명했다.

신문윤리위는 “의심과 의혹만이 증폭되는 가운데 언론이 손 씨 사망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내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며 “하지만 부모나 누리꾼이 제기한 의혹을 합리적 의심으로 볼 만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도 언론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속보 경쟁에만 몰입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손 씨의 친구에 대해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 적절히 대처해 나갈 보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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