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랑종’ 관람 직후 두 영화가 떠올랐다. ‘블레어 윗치’와 ‘유전’이다. 가상의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모큐멘터리 형식을 갖는다는 설정은 ‘블레어 윗치’를, 대를 이어 신내림을 받는 집안의 언니가 딸이 신내림을 받는 걸 거부한단 ‘랑종’의 플롯은, 파이몬교에 헌신하는 가족의 집착이 훗날 후손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보여주는 ‘유전’을 연상시켰다.

‘랑종’에서 남성은 바얀의 신내림이 불가능하다. ‘유전’의 파이몬 왕은 남자의 신체를 통해 강림하길 원한다. 마찬가지로 ‘랑종’의 바얀 역시 특정 젠더, 여성에게 신내림을 바란다는 설정에서 ‘랑종’은 ‘유전’의 기시감을 자아낸다.

영화 <랑종>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쇼박스)

또한 ‘랑종’ 후반부는 몇몇 부분에서 ‘곡성’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서 무명(천우희 분)이 종구(곽도원 분)에게 “아이의 애비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란 대사를 통해 선조가 행한 일이 훗날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인과론적 플롯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일어나는 결과는 현재 이전에 발생한 일에 기인한다고 보는 ‘곡성’의 인과론적 플롯은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랑종’에서도 반복되지만, ‘곡성’보다는 친절하게 묘사된다.

영화 ‘곡성’의 진가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단 점이다. 하나의 사례로, ‘곡성’을 관람한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석은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과 무명의 대립 구도다. 그런데 면밀하게 살펴보면 산에서 외지인이 종구 일행에게 추격당할 때 무명은 지켜만 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명이 곡성의 수호자 같은 존재였다면 곡성을 지키기 위해 외지인을 제지할 방안을 도모했겠지만, 무명은 외지인이 위기에 몰리는 순간에 위해를 가하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영화 <랑종>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쇼박스)

이외에도 ‘곡성’은 복합적인 플롯을 가미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랑종’은 ‘추격자’와 ‘황해’처럼 다양한 층위의 해석이 빈약해진, 단일 플롯의 공포영화로 설정됐다. 이에 ‘랑종’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공포영화가 됐다.

한편, ‘랑종’에 특정 애호가가 보면 극도로 혐오할 만한 장면이 나온다. 악령의 잔인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이해되지만 특정 애호가가 보면 문제시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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