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현순 칼럼] 어떤 피고인이 있다. 뇌물공여 등으로 형이 확정되었고, 확정되기 전과 후로 회계부정, 마약관련법률위반 등 또다른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년 2월 28일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같은 법(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2017년 8월 25일 징역 5년 및 추징을 선고받았고, 이후 2018년 2월 5일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 일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으나,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고, 2021년 1월 18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위 재판계속중에도 이 피고인은 자본시장법위반,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았는데, 2018년부터 검찰에서 시행되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신청하였고, 위 수사심의위원회는 2020년 6월 26일 이 피고인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의견을 냈다. 만약 위 결론에도 불구하고 기소한다면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을 따르지 않은 첫 번째 사례가 된다는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시행된 지 2년도 안된 제도의 최초 사례인지 여부도 확인할 길 없거니와 그 의미 또한 가늠할 길 없고, 검찰이 이를 따를 의무도 없으나, 어쨌든 언론은 이 피고인을 사랑하여 수사심의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이 피고인은 2020년 9월 1일 16개 범죄혐의로 불구속기소되어 현재 1심 재판계속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이 피고인은 또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가 접수된 뒤 수사의뢰되어 수사를 받던 중인 2021년 3월 11일 또 한차례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였고, 같은 달 26일 열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에 대해서는 중단의견(6:8)을, 기소에 대해서는 찬반동수(7:7)의 위원회 의견을 수사팀에 전달하였으나, 6월 4일 마약관련법률위반으로 벌금 5천만원 약식기소되었다. 그런데 그 직후 경찰이 수사하던 또다른 마약법위반 혐의가 검찰에 송치되었고,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장 변경 또는 추가기소를 통해 추가송치된 사건을 함께 재판하기 위해 애초 약식기소한 사건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피고인은 뇌물 등으로 현재 2년6월의 형이 확정된 기결수이며, 재판중 별개의 사건(자본시장법위반 등) 수사 중에는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였고, 형 확정 이후 두건의 마약 관련 혐의로 또다시 공소제기되어 재판 중인 사람이다. 이 피고인이 내 피고인이라면 감히 사면을 고려할 수 있을까.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위 피고인은 2년6월의 형이 선고된 당일 ‘3.1절 특별사면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되고, 그 사실이 곧바로 언론에 보도되며 3일 뒤인 2021년 1월 21일엔 ‘임박한 3.1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까’를 점치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언론의 사랑을 받는다.

이뿐인가. 4. 7 보궐선거가 끝난 뒤부터는 사면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 기사가 쏟아질 만큼 언론의 사랑을 받는다. 간단한 기사검색만으로 2021년 4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 20여일간 5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4월 21일 데일리안 의뢰 알앤써치 여론조사, 4월 24일~25일 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 5월 8일~11일 쿠키뉴스 의뢰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5월 11일 시사저널 의뢰 시사리서치 여론조사, 5월 13일 매경, MBN 공동의뢰 여론조사).

그런데 참 묘한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5월 2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에 따르면 네이버와 기사 검색 제휴를 맺고 있는 13개 매체의 기사데이터를 4월 14일부터 5월 12일까지 분석한 결과, 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를 기준으로 위 피고인과 사면이라는 두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를 확인했을 때 13개 매체에서 한 달 사이 생산한 기사는 540건, 위 피고인의 사면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기사는 300건, 23건의 오피니언 기사 중 사면찬성 내용의 기사는 14건, 반대 내용의 기사는 5건 정도라고 한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기사와 사면찬성 오피니언 기사, 그리고 이어지는 여론조사. 이것이 ‘여론조작’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광복절특사가 아니라면 다시 추석을 기하여, 성탄절을 기하여 또다시 이런 여론조작 행태는 반복될 것이다.

한해 300명이 넘는 형사피고인을 만나고, 수사과정에서의 억울함에서부터 범죄의 불가피성까지 저마다 갖고 있는 속내와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도 수없이 들어왔지만, 내 보기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재판과정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청구를 하는 피고인도 있었지만, 수사과정 내내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다 판결확정 직후부터 내 죄는 사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을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변호사인 나는 이 피고인의 사면찬성이 70%대에 이른다는 여론조사는 언론에서 수없이 봤지만 정작 이 피고인의 죄명, 형량, 재판과정, 추가기소된 사건의 내용을 그동안 알지 못하다 판결문을 뒤져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70%대에 이른다는 사면찬성론자들은 저 범죄의 내용을 다 알고 찬성을 한 것일까.

내가 보기엔 뻔뻔하기만 한 위 주장을 위해 수십 건의 여론조사까지 하며 언론이 사랑해 마지 않는 피고인이자 기결수의 이름은 이재용이다.

* 송현순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12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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