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방송 겸영을 주장하는 기사들이 이틀이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신문사의 입장에서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새로운 구조개편 논의가 나올 때 겸영 규제를 풀고 싶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제한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신문들은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미디어 산업의 경향이라는 것이다.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라고?

▲ 3월27일자 동아일보 10면.
과연 그럴까? 신문방송의 겸영은 방송이라는 공적 영역을 개인 사주가 운영하는 신문에게 내주는 문제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치열한 찬반토론이 벌어지는 논쟁의 영역이지 세계적 추세이거나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예컨대 루퍼트 머독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이미 신문과 위성방송 등 전 세계에 걸쳐 수백 개에 이르는 언론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황제라고 불리는 그도 아직 못 가진 것이 있으니 지상파 방송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에서는 시장 지배력이 있는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을 소유하거나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지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 신문이 지상파 방송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있는 이유는 지나친 여론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영국에서 교차소유 규제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여의치 않자 머독은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내 지난 2005년 머독은 뉴스코프(Newscorp) 등을 앞세워 신문방송 겸영안을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통과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되는 좌절을 맛보았다. 잊혀진 듯했던 신문방송 겸영안은 지난해 말 다시 제기되어 우여곡절 끝에 3대 2의 표결로 간신히 FCC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대법원에 가서 다시 판결을 받겠다고 하고 있어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신문방송 겸영은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프랑스 TF1을 보라…민영화는 더이상 유효한 정책 대안 못돼

▲ 2월20일 아시아경제 인터넷판.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미디어 관련 현안은 공영방송의 민영화 문제이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1987년 프랑스 지상파 공영방송 TF1의 매각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민영화 이후 TF1은 시청률을 의식해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면서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연성화되거나 축소되는 등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자국의 문화정체성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TF1 민영화 이전에는 국산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90%를 넘었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그 비율이 60%대로 급격히 떨어졌고 대신 수입된 값싼 미국프로그램들로 편성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KBS 2TV와 MBC를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프랑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몰아칠 때 영국에서도 BBC를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주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TF1의 민영화 이후 세계 유수 공영방송의 민영화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아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더 이상 유효한 정책 대안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이익을 얻는 자 누군지 살펴봐야…방통위 조정자 역할 의문

신문방송 겸영규제 폐지와 공영방송의 민영화 같은 시장우선주의 담론이 최근 들어 세계적 추세인 양 일부 신문들을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새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장도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러다가 방송의 공공성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방송의 산업적 진흥과 공공성의 확대 사이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 특정한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질문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공익보다 시장을 앞세우는 정책이 현실화되면 미디어 사주가 이익을 보는지 수용자 복지가 확대되는지를 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가 감시자와 조정자로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켜내야 하지만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은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지만 그의 말이 진심인지 허언인지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 문제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면 쉽게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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