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2일 세계일보가 정정보도를 재정정하고 나섰다. 언론사가 이미 출고된 정정보도를 재정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일보는 당사자 취재 없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토대로 일방적인 기사를 작성했고, 법원이 결정한 정정보도문보다 과장된 내용을 정정보도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기사는 지난해 6월 보도한 <[단독] 7년간 성폭행 등으로 망가진 삶…피의자는 극단적 선택>이다. 당시 세계일보는 여성 A 씨가 작성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토대로 “7년간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머니투데이도 해당 사건을 기사화했다.

(사진=세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일보는 “가해자가 가게에 찾아올까 두려워 문까지 잠그고 장사하는 아내의 모습을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며 “심리적 고통을 겨우 견뎌가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개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 피해 여성의 절규는 결국 허공의 메아리로만 남게 됐다.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피해 여성이 가해자의 엄벌을 간절히 바랐던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사망한 B 씨를 '가해자'로 단정했으며 반론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B 씨 측과 A 씨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B 씨 유가족은 지난해 9월 '언론이 국민청원을 보고 한쪽 주장만 기사화했다'며 세계일보, 뉴스1, 머니투데이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이 정한 정정보도문은 “사실 확인 결과, 충남 태안의 주거지역에서 2020년 6월 29일 자살한 40대 남성은 7년간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 여부 및 본 매체가 인용한 청와대 청원 글의 내용은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이다”이다. 뉴스1과 머니투데이는 4월 8일 법원이 정한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세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자살한 40대 남성은 7년간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없고, 본 매체가 인용한 청와대 청원 글의 내용은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해당 남성을 무고하기 위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고 정정했다.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는 문구가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 “남성을 무고하기 위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고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지난달 언론중재위원회에 세계일보 정정보도에 대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세계일보는 A 씨가 정정보도를 청구한 이후인 지난달 28일 첫 정정보도를 법원 결정문에 맞게 수정했다. 언론중재위는 11일 세계일보에 대해 정정보도 직권조정 결정을 내렸다. 직권조정은 정정·반론보도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될 때 중재부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세계일보는 22일 ‘[정정보도] <[정정보도] “[단독] 7년간 성폭행 등으로 망가진 삶…피의자는 극단적 선택”> 관련’ 기사에서 “사실 확인 결과 성폭행 관련 소송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여성의 청와대 청원 글이 남성을 무고하기 위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으며, 해당 보도는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세계일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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