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토론 중에 의도하지 않은 차별 발언이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발언이 한겨레 유튜브 방송에서 불쑥 튀어 나왔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의 발언으로 현재 한국의 차별금지법 논의 수준이 떨어진다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을 '형벌만능주의'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다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의 평등법,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유튜브방송 중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겨레 유튜브 방송 접속자는 꽤 됐다. 그동안 한겨레는 보도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17일 한겨레 유튜브 방송 '공덕포차 시즌2'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회 대변인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주제로 다뤄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17일 한겨레 유튜브 방송 '공덕포차 시즌2'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정보인권적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예컨대 집에 강도가 든다고 모든 집에 CCTV를 달아 감시한다면 범죄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당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에 대해 CCTV를 달거냐"고 했다.

이에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지난 7년 간 충분한 사회적 숙의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히던 김 대변인은 "그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감시국가를 만드는 것 반대다"라면서 "그래서 저는 차별금지법도 반대"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욱일기처벌법도 반대고, 5·18 망언 처벌법도 반대"라며 "최근 우리나라 흐름이 모든 것을 법으로 규율해 형사적 처벌을 해야 한다라는 강박에 빠져 있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이럴 거면 태어날 때 DNA부터 다 뽑아 저장해버려라"라고 했다.

이에 진 전 교수가 "다 좋은데 차별금지법은 다르다. 의견이나 견해가 아니라 차별은 범죄다.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을 강조하자 김 대변인은 "지금 우리나라가 만들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수준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는 "아 그런가. 그런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 등에서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은 '차별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가 있을 때에만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법 적용 분야는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등으로 한정된다. 보수개신교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설교하면 잡혀간다'는 식의 반대 주장을 펴왔지만 법안에 비춰보면 사실이 아니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은 아예 형사처벌 관련 조항을 들어냈다. 이 의원은 지난달 평등법 발의를 예고하며 보수개신교계 반대주장이 지속되고 있어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사처벌 조항을 제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신 차별 피해 손해배상을 제도화했다. '악의적 차별'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의성, 지속성, 반복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피해의 규모 등을 고려해 '악의적 차별'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입증책임은 원고와 피고에게 양분했다.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자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각각 입증하도록 했다.

'한겨레 라이브' 2020년 7월 7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 같은 내용은 그간 한겨레가 지면을 통해 수차례 팩트체크한 내용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16일 <“부당한 차별=불법” 2687일만의 재발의…여당 눈치보기에 표류>에서 "기독계 등 법안 반대 그룹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차별금지법에는 강한 규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오히려 제재 수준이 높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라고 보도했다.

한겨레21은 지난해 10월 1일 기사 <[팩트체크] '차별금지법 반대' 보수 기독교계의 핵심주장 7가지>에서 "차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쉽게 말해 차별했다고 감옥 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해 7월 7일 한겨레는 장혜영 의원과의 인터뷰를 예고한 기사<차별금지법… 우리 목사님 잡아가는 법?>에서도 "형사처벌 조항은 딱 하나가 있다. 사용자나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이 직원이나 교육생 등이 차별을 구제받으려고 인권위 진정을 비롯한 각종 절차를 밟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 전보, 징계, 퇴학 등 불이익을 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며 "벌칙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벼운 편이라,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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